◇고객이 통치한다
C. 브릿 비머, 로버트 L. 슈크 지음. 조인훈 옮김. 행간 펴냄.
수많은 기업의 광고·홍보물들에 ‘고객’을 섬기겠다며 외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바야흐로 고객은 왕이 아닌 ‘신’인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아직 거리가 멀다.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는 간이라도 빼 줄 듯하다가 막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오면 고객을 거의 ‘취조’하듯이 취급하고, 제품이 고장 나면 고객들의 사용 부주의 탓으로 몰아가려 하고, 손님의 행색이 약간 초라해 보일라치면 호텔 정문에서부터 응대하는 태도가 싹 달라지는 모습…. 실제론 나쁜 서비스 기업들이 여전히 부지기수다.
이 책은 무언가를 팔아야 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해야 할 고객 가치에 대한 혁신적 보고서다. 두 명의 저자들은 고객을 신으로 모시면서 성공한 기업 14개사를 골라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광범위한 특별 연구조사를 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고객 만족 정신이었다. 저자들이 인터뷰와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14개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고객이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이 환희에 차기를 바란다.” 장삿속으로 포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고객 만족을 지향한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위대한’ 서비스 정신은 결국 더 큰 이익을 돌려주었다. 전용 비행기 대여 업체인 넷제트에서 주택 건설·공급 업체인 풀테홈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성공담은 말로만 떠드는 고객 만족의 구호에 식상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저자들은 이들 착한 서비스 기업들의 공통된 성공 비결을 17가지로 요약했다. ‘구글 피프틴(15)’이란 말이 있다. 구글의 사내 식당은 산호제이 하이테크 기업들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워낙 식사가 맛있다 보니 입사 초기에는 15파운드 정도 살이 찐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나아가 다채로운 복지·교육 프로그램은 정평이 나 있고 심지어 새로운 입사자를 추천한 직원들에게는 2000달러의 포상금까지 준다. 고객을 신으로 여기는 기업들이 지닌 17가지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첫 번째 고객인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명제인 것을 짐작할 만하다. 2만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