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7 세단은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가장 핵심 제품이자, 닛산의 스카이라인과 혈통을 같이하는 모델이다. 2006년 G35 세단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후, 2008년 가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며 과감하게 파워 트레인을 한번 변경했는데, 이번에는 파워 트레인을 그대로 두고 디자인과 사양을 변경한 모델을 선보였다.
G37 세단은 상당히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컴팩트 세단임에도 무려 330마력을 발휘하는 강력한 V6 3.7 엔진 하나만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속기는 자동 7단이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 911이 직분사 시스템을 더하기 전에 3.6리터 325마력 엔진을 얹고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330마력의 G37 세단을 스포츠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새로운 G37 세단은 파워 트레인에 변화가 없는 만큼 예쁘게 다듬은 외모가 포인트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크고, 세련된 모습으로 살짝 바뀌었고, 검정색 눈동자로 더 초롱초롱해진 블랙 배젤 헤드램프는 눈꼬리가 살짝 더 올라가면서 눈매가 화려해졌다. 볼륨감이 높아진 범퍼와 그 아래 공기 흡입구의 모양이 바뀌면서 과감하면서도 안정적인 앞모습을 연출한다. 뒷모습도 훨씬 더 유려해 졌다. 전체적으로 G37 쿠페의 물 흐르는 듯한 라인을 조금씩 가져다가 곳곳에 붙여 놓은듯하다.
인테리어에서는 기어 레버 주변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기존 한지 느낌의 알루미늄 트림이 물결 무늬 트림으로 바뀌었고, 기어 레버 좌우 가장 자리에는 크롬으로 엑센트를 주어 마무리했다. 기어 레버 아래 시트 히팅 다이얼 주변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계기판 조명이 붉은 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더해졌고, ECM 룸미러도 더해졌다.
시트는 상당히 편안하면서도 몸을 잘 지지해 준다. 변화된 부분은 아니지만 시트를 움직이면 동시에 연동하는 계기판이나, 근육질의 스티어링 휠, 촉감과 조작감이 좋은 시프트 패들 역시 여전히 반갑다.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되는 네비게이션이 기본 모니터에 적용되어 있어 편의성이 뛰어나며,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G37 세단은 분명 엔트리 패밀리 세단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스포츠 세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두 가지 성격을 절묘하게 잘 조율해 냈다. 330마력에 달하는 파워를 아주 매끄럽게 뽑아낼 줄 아는 G37 세단은 초기 G35 세단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파워를 구사한다. 분명 더 빨라졌지만 과격하지 않다.
매끄럽게 출발해서 좀처럼 지치지 않고 고속 영역까지 차고 나간다. 변속은 무척이나 매끄럽고, 기어를 내릴 때는 깔끔하게 힐앤토를 쳐 준다. 200㎞/h를 넘어서도 가속은 지치지 않지만 5단 6500vpm 부근에서 240㎞/h를 살짝 넘기면서 속도 제한에 걸리는 점이 아쉽다.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초기 G35에 비해서 많이 향상됐다.
한편, 기어 레버를 좌측으로 밀어 수동모드로 바꾸면 야생의 거친 성질이 되살아나면서 엔진 사운드도 더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함께 호쾌하게 상승하는 엔진 사운드 덕분에 회전수를 높게 붙잡아 두면서 달리는 맛이 완전 스포츠카다.
여성도 좋아할 만한 꽃미남 외모에 터질듯한 근육을 셔츠 속에 감춘 G37 세단은 요즘 유행하는 "짐승돌"이라는 말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차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더욱 높아진 사양에도, 프리미엄의 경우 100만원, 스포츠의 경우 30만원이 낮아진 가격이다. G37 세단 프리미엄 4890만 원, 스포츠 5260만 원이다.
글·사진=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