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2010년 마스터스 대회

 2010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금요일 칼럼에 “타이거 우즈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이유는 퍼팅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을 해놓고는 주말 내내 좌불안석의 심정으로 중계를 지켜봤다. 만약 타이거 우즈가 우승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것도 예상이라고 했냐는 비아냥에 시달릴 것이고, 반면에 타이거 우즈가 졸전을 펼치는 날에는 중계방송을 볼 재미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천만다행으로 우즈의 플레이는 최선과 최악의 딱 중간에 걸렸다.

 우승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플레이를 펼친 것도 아니었다. 종합성적 4위면 타이거 우즈의 체면을 지킬 정도는 됐고, 나도 터무니 없는 예상을 하지 않은 셈이 됐다. 더욱이 타이거 우즈가 우승을 놓친 가장 큰 이유는 퍼팅 난조였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를 보면서 올해부터 바뀐 그루브룰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코스는 페어웨이를 매우 짧게 깎기 때문에 그린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아이언샷에 백스핀이 많이 먹기로 유명한 코스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헤드 스피드가 워낙 빠른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7번 아이언을 사용해 뒤로 끌리는 샷을 구사하는 선수를 별로 볼 수 없었다. 그 결과가 파3 홀에서의 저조한 성적으로 나타났다.

 연못 너머 3m 지점에 꽂혀 있는 핀을 향해 공격적으로 샷을 때리면 백스핀을 먹고 뒤로 끌려오기는커녕 볼은 핀을 지나 5m는 굴러가 버린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은 러프가 깊지 않기 때문에 러프에서 때려도 페어웨이에서 때린 샷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올여름에 열릴 US오픈 대회에서는 이 점이 관전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US오픈 대회는 러프를 깊게 만든다. 심할 때는 5인치(약 13㎝)까지 러프의 풀을 길러둔다. 이런 러프에서 새로운 룰을 따르는 아이언으로 볼을 때릴 때 그린에 떨어진 볼이 무슨 일을 벌일까 하는 점이 관심거리다. 예상컨대 러프에서 때린 볼은 그린 입구에 떨어져서 그린을 지나 뒤편으로 굴러 넘어갈 것이다. 과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톱 랭커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US오픈이 열리려면 아직도 두 달가량 남았는데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