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는 최근 1∼2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해온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08년 미국 앤코의 생산자산 인수를 시작으로 페루 페트로테크와 캐나다 하비스트에너지, 카자흐스탄 슘베 등 대형 빅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생산광구 확보와 석유개발기업 인수 전략은 자원수입대국인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자원확보를 위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내놓은 대안이다. 그 결과 2008년 보유매장량 5억5000만배럴에서 지난해 8억8000만배럴로 60% 상승했고, 하루 원유생산량도 2008년 기준 5만7000배럴에서 지난해 12만8000배럴까지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를 발판으로 2012년까지 하루 원유생산량을 30만배럴로 높여 세계 50위권 석유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석유공사의 급격한 대형화 바람은 정보시스템 영역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존 정보시스템으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장철규 한국석유공사 PI추진처장도 커진 조직을 지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IT투자 예산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 고정운영비와 신규투자비를 모두 합쳐 40억원 수준이었던 IT예산이 지난해 100억원, 올해는 2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IT예산에서 50%가 고정운영비다.
장 처장은 “공사 대형화에 따른 IT 인프라 제고가 최근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인수합병한 기업들을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해외확장 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외에도 전사적위험관리(ERM) 체계 마련, IT서비스관리(ITSM) 도입, 그룹웨어 재구축 등을 올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RP 해외 확대 적용이 최대 과제=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 ERP 시스템을 해외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최우선 업무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신규 투자 예산 중 90% 이상이 해외 ERP 확대 적용 사업에 사용될 정도다. 지난해 미국과 베트남 등에 ERP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광구로 ERP를 추가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의무 적용에 맞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수준의 재무보고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러한 ERP 해외확장과 IFRS 관련 시스템 구축 사업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장 처장은 한국석유공사가 2004년 ERP 시스템을 처음 도입할때 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왔던 주인공이다. 그만큼 애착이 많았기 때문에 최근의 해외 확대 작업도 장 처장에게는 마치 잘 키운 자식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든든하고 보람된 일이었다.
장 처장은 “지난해 1차적으로 베트남과 미국에 확대 적용하면서 업무 시간대의 차이로 인해 밤낮으로 고생하며 시스템을 구축했던 기억이 난다”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올해에 이어 한국석유공사는 내년에도 캐나다와 페루에 ERP를 확장할 계획이다. 때문에 당분간 공사의 최대 IT 이슈는 ERP 해외 확장이 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ERP 사용 모듈 중에 산업특화된 모듈인 조인트벤처어카운팅(JVA)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석유개발시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기업들의 이윤과 매장량 등을 배분해 회계관리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는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공사측에 따르면 특화된 모듈인 만큼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ERP 확대 사업 외에도 ERM시스템 구축 사업도 올해 대표적인 신규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한국석유공사는 전략, 운영, 재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위험 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며, 특히 전략성과와 연계된 핵심위험을 도출해 공사에 미치는 손실크기를 정량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EM 고도화·ITSM 도입 추진=정 차장은 1980년대 컴퓨터 1대가 공사 정보시스템의 전부였던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0년여 가까운 기간동안 IT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등 몇번의 역사적인 작업들이 있었지만 장 차장은 지난해 ERP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해외 확장했던 것과 함께 전략경영관리(SEM)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SEM의 경우 한국석유공사가 전략집중형 조직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면서 가장 중요한 기반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SEM 시스템은 공사 조직의 핵심성과지표(KPI)와 중점추진과제를 중심으로 개인별목표관리(MBO)를 연계함으로써 공사 전 직원이 전략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장 처장은 “결과 중심의 KPI 뿐만 아니라 과정중심의 중점추진과제를 관리함으로써 조기에 전략실행에 있어 문제점을 파악해 능동적으로 전략실행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실제 지난해 직원들의 성과관리제도 만족도 조사결과, 소속조직의 핵심성공요인(CSF)과 KPI 인지도 항목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증가했다”고 말했다.
장 처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IT 서비스 요청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T서비스관리(ITSM)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4월내 관련 솔루션과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한국석유공사도 2012년까지 울산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에 장 처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 이전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한국석규공사의 데이터센터는 본사 사옥내 위치하고 있다. 시스템의 규모는 유닉스 서버 70여대 정도이며, 백업센터는 용인지사내에 두고 있다. 장 처장은 신사옥 설계 작업에 맞춰 센터 구축와 이전과 관련된 새부 계획을 올해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장 처장은 올해 IT 조직의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장 처장은 “한국석유공사의 IT조직은 그동안 IT인프라와 정보시스템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IT 기술력이나 팀워크 등은 높은 수준이지만 석유개발 등의 현업 업무를 이해하는 역량은 다소 부족한 편”이라며 “이에 현업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강화하고 인적 교류 등을 활발히 추진해 전략적인 정보화 기획과 함께 실행 역량을 갖춘 IT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프로필>장철규 처장은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1991년 한양대학교 전자계산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철규 처장은 1983년에 한국석유공사 전산과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28년간 줄곧 IT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해온 이 분야 베테랑이다. 2007년부터 경영정보실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경영정보실이 프로세스혁신(PI)추진처로 바뀌면서 현재 PI추진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