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엔 IT가 없다?

 대회 포스터.
대회 포스터.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5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를 대외에 과시하거나 대회를 홍보하기 위한 IT서비스는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대구시와 이를 준비하는 대회조직위원회는 대회 개최가 지역의 다양한 IT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 대회 관련 IT서비스 발굴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대구시가 대회 홍보를 위해 지난해 말 구축한 ‘u-2011 육상로드 조성사업’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조직위원회도 대회 운영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에만 매달려 지역의 IT를 보여줄 이벤트는 마련하지 못했다.

실제 u-2011 육상로드 조성사업은 지난 2008년 행정안전부의 ‘u-City 서비스 표준모델 개발 및 시범적용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1월 말 구축됐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련한 이 시스템은 대구 신천둔치와 수성유원지 등에 전자태그 리더기와 미디어보드, CCTV 등을 설치해 태그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시민들이 자신의 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려 18억원(국비 13억원 포함)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시스템을 시범 운용 중이지만 이용자 수는 미미하다. 현장은 물론이고 u-육상로드 전용 인터넷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무상으로 태그를 지급받아 이용할 수 있지만 당초 마련했던 태그 5000개 중 실제로 배포된 태그는 280개뿐이다. 더구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이달부터 태그의 무상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대구시는 무상 제공에도 불구하고 이용 실적이 저조하자 오는 6월 이후 유료화한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정보화조례를 개정한 뒤 태그를 계속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지만 조례 개정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범 운용 성과를 본 뒤 향후 시 전역에서 스마트폰이 접목된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은 사업을 지속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회 붐 조성을 위해 마련한 u-육상로드가 활성화는커녕 일회성 사업으로 그칠 처지에 놓였다.

조직위원회도 올 연말까지 대회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이 시스템의 기능은 대부분 수송과 출입국 관리, 선수촌 관리, 인력 관리 등 대회 운영 중심이다.

대회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이외에 대회 관련 IT서비스라고는 화면분할이 가능한 최첨단 대형 전광판 설치나 선수촌 내 PC 설치 등이 고작이다. 지난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선수와 관람객들에게 제공됐던 무선인터넷카페나 DMB를 활용한 경기 관람 등은 이번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시에는 개최지라는 단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회 안팎에서 IT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해 보여줌으로써 세계 육상인과 관람객들에게 대구가 지식서비스의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역 IT업계의 시각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