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백혈병 유발 재조사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라인 백혈병 유발 논란과 관련,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근무 환경이 건강 및 질병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삼성건강연구소’를 최근 설립, 앞으로 더욱 체계적인 연구를 함으로써 근무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5일 기흥공장에서 80여명의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조수인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그동안 실시한 두 차례의 역학조사와 컨설팅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재조사를 실시해 진실되고 투명하게 사실을 밝혀 모든 의혹을 남김 없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에는 유족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천할 경우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공정 중 벤젠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 조 사장은 “국내외 분석전문기관들에 재확인 결과 벤젠성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을 뿐더러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아 건강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근무환경에서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방사선 설비의 안전장치인 인터록을 해체한 채 작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인터록을 임의로 해체하면 설비의 전원이 자동적으로 차단되고, 동시에 가동이 멈추게 돼 인체에 방사선이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작업환경이 백혈병과 관련 있다고 공지된 사실이 없다”며 “건강연구소는 때늦은 감이 있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유야 어떻든 발병률 논란 등을 떠나 동료가 아픔을 겪는 것이 안타깝다”며 “(백혈병에 걸린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열린 기업활동을 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참석한 기자들에게 반도체 생산라인의 실제 근무 환경을 보여 주기 위해 5라인(200㎜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과 S라인(300㎜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의 핵심공정인 확산 공정, 포토 공정, 식각 공정, 증착 공정 등을 공개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은 삼성전자 측에 최근 5라인 상황이 2007년과 크게 달라졌다며 1라인 백혈병 사망 직원의 부인이자 5라인 근무경험자인 정애정씨를 함께 입회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기자들이 탑승한 일부 버스가 출발하지 못했다. 반올림 측은 백혈병 사망자가 발생한 1, 2, 3 라인은 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을 수동으로 다뤘지만 5라인부터 모두 자동화돼 정상적인 비교가 어렵다며 이번 라인 공개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