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공공기관, IT센터 이전 전략에 손 놓아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시한이 2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사 이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이전 작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은 현재 대부분 본사에 두고 있는 IT운영 공간 혹은 데이터센터를 새로 옮길 지방 본사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기업은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오는 2012년말까지 주요 지방의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157개다. 이 중 현재 혁신도시에 부지를 매입한 곳은 22군데다. 2012년까지 본사 이전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거북이 걸음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관들의 데이터센터 이전 문제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부지 매입 계약을 끝내고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22개의 공공기관조차 데이터센터 이전에 대한 고민이 뒷전인 상태다.
그나마 부지 매입을 완료해 이전 작업을 위한 첫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22개 기관 중에도 현재 데이터센터 이전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간 곳은 거의 없다. 한국석유공사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은 내년 이후에야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들 회사는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도로공사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고 공사의 이전 기본 계획이 나온 뒤에야 데이터센터의 이전 계획도 수립될 수 있다”면서 “때문에 내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이전의 경우 다른 일반 업무부서와 달리 대규모 시스템 이전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전 작업시 고려해야할 사안들이 많다. 특히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센터 운영에 적합한 구조 설계와 공조시설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데이터센터 이전 후의 운영 방안까지 이전 계획 단계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이전 시점으로부터 최소 2년 전에는 다양한 시나리오별 세부 계획들이 수립돼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은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센터 이전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메인 데이터센터는 본사 이전에 맞춰 같이 옮기더라도 백업센터는 현 위치에 그대로 두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측은 현재 백업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동탄 한국도로교통연구원을 센터 이전 작업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만일의 장애 발생시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해 있는 IT전문 업체들로부터 기술지원 서비스를 받기가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IT업체들의 접근성을 주요하게 고려한 것이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이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성과 대규모 IT인력 이동에 따른 노조 문제, 유지관리 계약 등 고민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이전 작업과 함께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기관들은 지금부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컨설팅에 들어가야 이전일과 운영시점을 맞출 수 있다.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곳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다.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서울 지역내에서 센터를 이전하는 작업에도 계획 수립에서부터 실제 이전 작업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까지 이전하는 대규모 작업에는 최소 2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