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김동진 삼성테스코 정보서비스&OM 본부장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한 나라의 경제가 더 이상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세계 경제권이 단일화되면서 국내 경기만을 독립적으로 보거나 한 국가의 경제만을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지구촌의 다양한 고객들에게 그 제품이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는 관심사일지 모르지만 어느 국가의 회사가 만든 제품인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품질과 가격 그리고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가 상품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영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해외 자본이 밀려들면서 많은 기업과 금융권에 기업 인수합병(M&A)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M&A는 중요한 구조조정과 기업 성장의 방법이 되고 있다.

 기업의 M&A에는 몇 가지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검토를 거쳐 실행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바로 시스템 통합이다. A사와 B사가 통합될 경우, 시스템 통합에는 세 가지 방안이 있다. A사 또는 B사의 시스템을 기준으로 통합하는 방법, 아니면 C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통합하는 예는 드물다.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수 회사의 시스템을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인수 기업은 인수 대상 기업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전제가 무의식 중에 깔려 있다. 또 가장 빠르게 인수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인수 대상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 M&A가 반드시 성공적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공적인 시스템 통합의 전제는 무엇일까.

 첫째, 시스템 통합을 IT시스템 통합이 아닌 경영 체제 통합이라는 총체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요즘은 최고경영자들의 IT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시스템 통합을 IT만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즉 IT시스템이 통합되면 저절로 프로세스나 일하는 방식 등 다른 모든 것들이 쉽게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IT시스템 통합이 그러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계획 단계부터 경영의 다른 분야 통합과 함께 고려되고 세부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인수 대상 기업의 장점이나 배울 점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필요한 정책이나 프로세스 그리고 IT시스템을 가급적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인수합병의 궁극적 목적은 일방의 우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인수 대상 기업의 시스템이라도 적극 활용하는 ‘겸손과 지혜’다.

 세째, 시스템 통합의 방법을 결정할 때 기업 인수합병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거기에 최적의 방법이 무엇인지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 이후 생산성 1%를 향상시키는 것이 기대효과라면 그것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 통합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인수 기업의 시스템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상 기업의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면 그 부분만이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어느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법들이 양사의 시스템 통합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리고 통합 이후에도 계획했던 시너지가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찰과 분석을 통해 보완·개선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시스템은 그 자체로는 아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은 사람이 사용할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시스템 통합 성공의 관건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변화관리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교육만이 아니라 기업 문화 측면에서의 변화관리를 의미한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스템 사용법 정도를 교육해서는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새 가족이 된 인수 대상 기업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고, 아울러 새로운 일의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기꺼이 새로운 기업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의식이 생길 때 새로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문화라는 것이 삶의 양식이라면 기업 문화는 기업에서 살아가고 일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시스템 통합은 궁극적으로 두 회사 문화의 통합 없이는 불가능하다. 직원 상호 간 마음의 통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김동진 삼성테스코 정보서비스&OM 본부장(상무) djkim@samsung.tes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