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News Inside - 조병제 르노삼성 상무

뉴SM5가 지난 1윌 18일 출시된 이래 약 4개월만에 예약판매 대수 4만대를 넘어섰으며 5만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뉴SM5의 인기몰이가 특별한 이유는 품질을 최우선에 둔 첨단 개발 프로세스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중대형 자동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조병제 상무(프로그램 디렉터)의 24시간은 지방의 각 지사 및 프랑스 본사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다.

 출시 후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일일 위기대응체계를 가동하는 것이 르노삼성의 철칙이다. 특히 6년 전인 2004년부터 뉴SM5의 기획과 개발을 함께 이끌었던 조병제 상무의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조 상무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정해진 일일 긴급 대응 프로세스를 가동해 시장에서 연구소까지 반응을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고 연구소의 분석을 통해 부품의 문제인지, 설계의 문제인지 파악 후 최대 이틀 안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조 상무는 기흥연구소와 디자인센터, 부산 지사 및 프랑스까지 연결된 온라인 실시간 협업체계를 통해 종전에 6∼7일 걸리던 결함 대응 체제를 2일 내로 하루빨리 단축시키는 것이 목표다.

 “부산에서 발생한 결함을 경기도 기흥 연구소에서 영상회의를 통한 실물 영상으로 실시간 확인하고 물류회사까지 연계해 부품을 공급하는 대응 체계가 경쟁력”이라고 조 상무는 설명했다. 조 상무는 서울 본사와 기흥을 바삐 오가는 중에도 하루 평균 세 번 이상의 화상회의를 통해 모든 중대형 차량의 개발 이슈와 문제점을 손수 분석하고 있다. 또 PC와 전화를 연계해 공간 제약을 뛰어넘고 1:1 문서 공유도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신속한 위기 대응 체제뿐 아니라 차량 개발 당시부터 기능과 디자인 부문으로 양분된 조직이 신속한 소통을 통해 막힘없이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서스펜션 등 24개로 나뉜 기능 부문, 그리고 각 디자인 부문 등 다양한 회의가 공간 제약 없이 e컨퍼런스와 영상회의 등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며 일주일안에 아이디어 제시부터 중간 결정까지 단계적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도록 체계화되어 있다.

 조 상무는 “상품기획 및 마케팅 담당 등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부터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단계, 또 최종 결정 단계 등 GFE 그룹별로 프랑스 르노 담당자들과의 아이디어 제시, 수정, 결정, 반영 등 의사결정까지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이뤄진다”며 “국경을 초월한 실시간 온라인 아이디어 융합 체계가 신차 개발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르노삼성이 닛산 자동차 플랫폼을 사용하다가 2007년부터 르노 플랫폼 기반 차량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각종 설계(CAD) 데이터, 자재명세서(BOM) 시스템을 르노 본사와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로 만든 것도 개발 효율과 문제 대응 능력을 더욱 높인 비결이다. QM5를 포함해 이후 출시된 차량은 모두 르노 플랫폼 기반이다. 예전 닛산 플랫폼으로 개발할 당시에는 사실 닛산 본사와 설계도면 프로그램이 달라 ‘오늘은 몇 개의 도면을 전환했는지’를 보고받았을 만큼 도면 전환 작업에 적지 않은 땀을 흘렸다는 것이 조 상무의 설명이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엔진과 변속기 등 차량의 주행성능과 승차감 및 내구성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부품의 뼈대를 의미한다.

 조 상무는 “르노 본사의 모든 설계 도면과 수정 사항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협업이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안전성 강화에 중점을 뒀던 만큼 차체의 강성 등 기본을 중요시하는 르노 플랫폼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통합된 설계 시스템 환경은 실제 큰 힘을 발휘했다. 세계 각 지역의 정보 시스템들이 연동돼 도면의 업그레이드 상황이 전 세계 개발센터에 동기화되고 설계자들이 이를 공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설계 프로그램으로는 다소 카티아를, 제품개발관리(PDM) 패키지로는 지멘스의 팀센터와 다소 에노비아 VPM을 각각 차체 설계용과 엔진 설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향후 설계 시스템을 단일 패키지로 표준화해 인터페이스를 강화하고 설계 효율성을 높인다는 생각이다.

 조 상무는 “아이팟과 아이폰이 손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표방했다면, 뉴SM5는 안정된 품질에 초점을 뒀다”고 강조하며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회전하고 고장 안 나도록 만드는 것이 SM5 설계의 최우선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SM 시리즈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차종 구입 이유를 조사한 결과 ‘품질 안정성’이라고 답한 소비자가 가장 다수였다.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해 기본기에 충실한 차량 설계에 집중했다. 조 상무는 뉴SM5가 기존 닛산 플랫폼보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더 엄격한 통과 기준을 수립했으며 강도높은 4번의 디지털모형설계분석(DMDR, Digital Mockup Design Review) 작업을 수행했다.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D-ABS) 등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하고, 운전자가 급제동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제동력을 높여 차량이 최단거리에서 정지하는 브레이크 보조시스템(BAS)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조 상무는 파워와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밸런스 샤프트(BSM)를 없애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마다하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밸런스 샤프트를 없애야 하나 하고 적지않게 고민도 했다”며 조 상무는 “하지만 BSM을 채택해야 진동과 소음을 줄여줘 승차감이 높아지고 차를 탄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줄 것으로 확신해 없애지 말자고 권유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대형차에나 적용됐던 운전석 마사지 시트를 도입, 향을 내뿜는 퍼퓸 디퓨져 등 감성을 위한 기술 채용도 과감히 이뤄낸 것도 ‘자동차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하는 조 상무의 남다른 뚝심 덕이다.



<프로파일>

조병제 상무는.

1958년생으로 인하대를 졸업하고, 1995년 2월까지 삼성코닝에서 근무했다. 1995년 3월 옛 삼성자동차에 입사해 2000년부터 지금까지 르노삼성자동차 기획본부에 재직중이며, 2008년부터 프로그램 디렉터로 중대형 차량의 개발기획을 맡고 있다. 뉴SM5 모델 개발 전 과정을 총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