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제조 대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내 업무 중 60%는 누군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00년에는 회사 업무에서 개인이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업무의 비중이 60%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이 비중이 40%로 떨어졌다.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인간, 부서간 협업 수준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컴퓨팅 기반의 통합커뮤니케이션(UC) 인프라를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신규 시스템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경기 회복세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오피스 확산이 맞물리면서 협업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무기로 모바일 UC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UC 환경에 결합할 경우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전 세계 사업장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한 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텔레프레즌스 기능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거나 자료를 교환하며 손쉬게 의사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3년이면 삼성그룹의 모든 해외법인 사업장 간 무료 통화가 가능해진다. 동일한 IP텔레포니 환경으로 해외 사업장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랜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유무선 통합 서비스로 국제전화 통화료를 절감하고 전 세계 사업장 어디서나 한 번의 인증으로 사내전화 이용과 업무시스템 접속이 가능해진다. 또 전화·e메일·팩스 등을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메시징과 영상통화 및 회의, 문서공유와 모바일 그룹웨어 사용도 가능해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UC는 음성 위주의 유무선통합(FMC)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해 언제 어디서나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3년 내 삼성그룹 해외 전 사업장을 단일 통화권으로 묶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러한 통합 서비스를 스마트폰 환경과 연계해 모바일 UC 서비스로 확대하고 이동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비단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대기업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UC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반 UC 구현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앞서 SK텔레콤이 유무선 통합 업무 환경 구축과 모바일 UC를 골자로 한 ‘생산성강화(PE)’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유무선 통합 업무 환경 구축으로 PC와 모바일기기의 경계를 없애고 출장과 외근으로 인한 업무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그룹은 올 하반기까지 그룹 통합 포털을 개발하고 UC 환경과 시너지를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그룹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공급해 관심을 모은 코오롱그룹도 모바일오피스 구현에서 한발 더 나아가 FMC 기반의 모바일 UC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에서 자체 개발한 UC 패키지를 전 그룹사에 적용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연계할 계획이다.
또 적선동, 구로동, 계동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등 현대그룹 관계사들이 최근 연지동 사옥으로 모이면서 모든 사내 전화 환경을 IP텔레포니 기반으로 교체하고 UC 인프라를 마련했다. 사별 뿐만 아니라 그룹 관계사간 실시간 다자간 통화가 가능해졌고, 콘퍼런스룸을 예약한 후 콘퍼런스콜 영상회의를 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관계사가 한 건물에 모이게 되면서 관계사간 소통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UC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e메일 등 그룹웨어와 스마트폰을 연계하는 한편,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업무 시스템에도 UC를 접목할 계획이다. ERP 시스템에서 클릭 한 번으로 곧장 실시간 통화 연결이 가능해지도록 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CJ그룹도 UC 솔루션이 적용된 그룹 포털을 스마트폰과 연계하고 각 관계사의 업무 현황에 맞게 모바일 협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을 주축으로 인터넷전화 교체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그룹 포털 ‘CJ월드’의 e메일·결재시스템을 모두 이용하는 동시에 포털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단숨에 통화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UC 구현은 그룹 차원 도입뿐 아니라 금융, 제조, 공공, 유통, 물류 등 전 산업 분야 기업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들이 UC를 구현한 데 이어 올해만 해도 포스코, 하이닉스반도체, 동부하이텍, 한진해운, GS홈쇼핑, 미래에셋생명, 풀무원, 현대건설, KBS, SBS 등 업계 많은 주요 기업이 스마트폰과 연계한 UC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등 UC 확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