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통합커뮤니케이션(UC) 시장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현재 UC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삼성그룹, SK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 현대그룹 등 그룹사들은 모두 기존 UC 기반의 그룹웨어와 스마트폰을 연계하는 모바일 UC 환경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의 UC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예외없이 크고 작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선 스마트폰으로 24시간 협업 환경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은 기술 자체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노조 문제에 부딪쳐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기도 한다. 전 임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실제 사내에서 적지 않은 반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점은 임직원들의 변화관리 의지”라며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율성과 회사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금 체계도 고민거리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업무 처리’가 가능해지는 만큼 과금에 대한 책임소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또 출퇴근 시간 이외의 업무 처리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 안에 개인의 생활과 회사의 업무가 혼재돼 있다는 점과 사용목적에 따른 이용료(통신요금)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인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개인용 단말기와 업무용 단말기를 분리해 사용하면서 업무 시간 이후에는 회사업무용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퇴근 시간 이후 혹은 휴가 중에도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해 업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만일 본인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 개인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어 고민에 빠진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최소한의 애플리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되 확장 업무 영역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SK그룹의 경우 1단계 구현 프로젝트에서는 이메일 연계 등의 기능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적용했지만 2단계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업무 처리용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UC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통합된 솔루션이 없다는 데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완벽한 통합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개별 솔루션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배터리 소모 문제도 심각하다. 삼성증권의 경우 FMC 도입 초창기에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모량이 2배 이상 증가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와 배터리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듭 논의했고 2시간을 채 못 버티던 배터리 소모량을 8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또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UC 프로젝트의 투자대비효과(ROI) 도출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최근 UC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자리로 온 전화를 이동 중에 받았다고 해서 이 효과를 수치로 증명하기는 어렵다”면서 “아직은 효과 측면에서 정성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MC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 UC 인프라를 도입한 데 이어 후속으로 FMC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는 제조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장에 FMC를 구축하려면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마련하는 데 약 2억∼3억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데 실제 공장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수십명 수준이어서 투자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결국 비용 문제로 인해 FMC 프로젝트를 연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