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윈도 서버 2008 R2, SQL 서버 2008 R2와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은 아이테니엄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마지막 버전이 된다. MS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이 국내 고객들에게 그리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아이테니엄 서버를 MS 윈도 서버로 운영하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아이테니엄 서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IT 시장조사 및 분석 업체인 클래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아이테니엄 서버 판매의 80%가 HP를 통해 이뤄진다. 아이테니엄 서버의 운용체계(OS)는 대부분 HP-UX, 오픈VMS 혹은 논스톱이다. 그런데 MS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지난해 HP의 아이테니엄 서버 매출은 전년 대비 2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경기 침체의 여파뿐만은 아니다. 조 클래비 사장에 따르면 서버 시장의 대세가 x86으로 이동하고 있는 단면 중 하나다. 클래비 애널리틱스는 “HP는 결국 아이테니엄 서버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유는 인텔이 아이테니엄보다 제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과 MS는 유닉스 시장을 공략하며 최고의 파트너십을 보여 왔다. MS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 소식에 인텔은 이렇다 할 논평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x86 서버 아키텍처의 대세는 오라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방한한 오라클 본사 임원은 저비용 서버에서 미션크리티컬한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클라우드의 장점이라며 자사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오라클의 모든 제품은 클라우드 기반 저비용 서버에서 개발된다는 것이다. 내부 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저비용 서버는 다름 아닌 x86 서버다. 다만 오라클인만큼 OS는 리눅스를 쓴다고 했다. 오라클 리눅스 OS로 운영되는 x86 서버에서 오라클 DB가 개발되고 전사자원관리(ERP) 제품이 개발된다. 나중에 유닉스 OS에 따라 이식만 한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우리나라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라고 할 수 있으니 약간의 배신감마저 든다. 한 외신은 유닉스 서버가 틈새 제품으로 물러날 것이라며, MS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 발표가 서버 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동급의 안정성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수익과도 직결된다. 인텔은 2010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4% 상승했고 수익은 무려 433% 상승했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유닉스를 여전히 선호하지만 한 번쯤 선택의 폭을 넓혀볼 필요도 있다. IT가 비용센터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