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무겁지만 자부심도 큽니다. .“
지난달 우리금융그룹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권이기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첫 여성 CEO’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권에서 한 걸음 떨어져 IT서비스업계로 시선을 돌려봐도 여성 CEO의 희귀성은 유효하다.
그만큼 권 사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크다. 그는 18일 “보수적인 국내 금융그룹에서 여성 CEO로 선임된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앞선다”며 “지켜보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이름을 걸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권 사장이지만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금융그룹 계열사 CEO에 오른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강하다.
권 사장은 흔히 말하는 여성 특유의 유연함,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는 별도로 자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30년간 꾸준히 노력했다. 취임 첫날 직원들에게도 말했듯이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바쳤다.
권 사장은 1980년 이화여대 수학과 졸업 후 삼립식품,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우리금융정보시스템 SI사업본부장·전략기획본부장, 우리금융지주 IT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수학(전산) 석박사 과정과 별도로 경영대학원도 마쳤다.
권 사장은 “최고경영자, 재무·현업 담당 임원들에게 IT 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효과가 작다”며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금융업을 이해하려 힘썼다”고 말했다. 그는 현업 임원들이 하나를 원하면 2개, 3개를 대안으로 내놓으며 비즈니스 부문과의 소통을 확대했다.
CEO로 취임한 권 사장의 관심사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의 IT 부문을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지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외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권 사장의 몫이다. 그는 “외부 시장에서의 경쟁이 조직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라며 “사업 확대뿐 아니라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대외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다행히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인력과 조직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임직원들과 힘을 모아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