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생산의 메카인 중국 선전에는 삼성전자·노키아보다 유명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중국 최대의 ‘샨자이지(짝퉁 휴대폰)’ 최대 시장인 ‘화창베이’다. 화창베이 시장에는 각종 전자부품부터 휴대폰·TV까지 없는 게 없다. 심지어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도 짝퉁 제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다.
Samsong, Nokio, 애플 아이캔 등 뻔뻔한 제품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나 그냥 비웃고 넘기기에는 마음이 개운치 않다. 샨자이지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공식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 샨자이지 휴대폰 시장은 1억4000만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지 업계는 샨자이지 시장이 2억개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부터는 인도·아프리카·동남아 등으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 아직 기능, 디자인 등에서 조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20달러 내외의 휴대폰 한대 가격은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이 뿌리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샨자이지의 품질 수준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낳은 결과다. 중국 내 주요 샨자이지 업체는 약 300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매년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업체는 따로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차별화된 샨자이지 제품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나름 치열한 경쟁 환경이다. 샨자이지에서 성공해 유명 브랜드로 거듭난 휴대폰 업체도 꽤 있다.
샨자이지 업계의 활황은 중국 부품 업계를 육성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심지어 BYD, 트룰리 등 중국 대형 부품 업체들도 샨자이지 효과를 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2005년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부품을 한국, 일본 등에서 수입해서 썼지만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자국에서 구매하고 있다.
30∼40년 전 일본은 미국·유럽에 조잡한 짝퉁 전자제품을 팔아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20∼30년 전에는 한국이 그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 성공했다. 아직도 샨자이지가 우습게만 보이는가.
선전(중국)=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