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청소년기금을 게임 업계로부터 걷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중복 규제 논란이 인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기금을 앞세워 게임 업계를 압박한다는 의혹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관련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확충방안 연구’라는 용역 과제를 발주했다. 이 연구 과제에는 청소년기금 조성 대상으로 술, 담배, 060서비스와 함께 게임을 포함시켰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는 게임에 기금을 물리겠다는 발상이다.
여성가족부가 게임 업계로부터 청소년기금을 마련하려는 이유는 개정 초읽기에 들어간 ‘경륜·경정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경륜·경정 수익금 중 30%가 청소년육성기금으로 할당됐다. 이 규모는 연간 300억원에 달한다. 시행령 개정 통해 이 비율이 6%로 줄어든다. 결국 240억원 정도의 기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금 조성 대상이 게임이라고 진단했다. 술은 주세를 가져가는 국세청과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담배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내는 상황에서 이중 부과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수익 자체가 적은 060서비스로는 기금을 보충하기 어렵다. 결국 게임이 대안인 셈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는 여성가족부의 움직임에 반발했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산업과장은 “모든 게임이 유해 게임도 아니며 이미 업계가 100억원 규모의 게임과몰입방지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의했는데 청소년기금 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모 게임 업체 대표는 “여성가족부의 행보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등과 연계해 게임 업계에서 기금을 걷어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성가족부 측은 아직 청소년기금을 걷기로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과장은 “청소년육성기금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단계”라며 “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문제가 되는 것이 술, 담배, 온라인게임이어서 관련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권건호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