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복규제가 게임산업 발목 잡는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으로 불거진 중복 규제 논란에 이어 부적절한 청소년기금을 마련하려는 시도까지 밝혀지면서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성가족부가 발주한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확충방안 연구’를 보면 기금 조성 대상으로 게임이 술이나 담배, 060서비스와 함께 들어 있다. ‘경륜·경정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간 240억원 가량의 청소년기금이 줄어든다. 부족한 청소년기금을 채우기 위한 여성가족부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술은 국세청과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담배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내는 상황에서 다시 걷기가 여의치 않다. 060서비스는 수익 자체가 적어 기금 마련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결국 게임을 대안으로 삼은 듯 하다.

 여성가족부는 이미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제안이 나온 후 3일만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으로 중복 규제의 뜻을 밝혔다. 이명박정부 들어 기업이 잘하도록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던 정부 정책과도 배치되는 처사다. 더욱이 게임 업계는 이미 100억원 규모의 과몰입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연구용역 발주가 청소년기금 부족 해결 방안을 다양하게 연구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옹색하다. 옛부터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중복규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산업에 기금을 걷겠다고 한다면 누가 그 순수성을 믿겠는가. 법으로 산업을 옭죄고 기금을 걷겠다는 의혹이 나올 법하다.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내고 있는 효자 산업이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게임 업계의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안이 나왔으니 이제 얼마나 잘 지키는가를 지켜봐야 할 시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복 규제나 기금 이중부과라는 걸림돌을 없애고 세계 속에 건강한 한류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