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견원지간 CFO·CIO는 옛말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해 이맘때 CIO BIZ+가 국내 최초로 실시한 ‘CFO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기업내 CIO 위상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3.9%였다. IT조직의 투자대비 효과에 만족한다는 CFO는 15.7%에 불과했다. 심지어 무려 50.9%의 CFO는 CIO직제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CIO는 IT조직이 비즈니스 혁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CFO가 IT혁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CFO와 CIO를 견원지간에 비유하거나 “CIO가 비즈니스 언어로 CFO를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CFO와 CIO 관계에 대한 이런 고전적 규정이 바뀔 조짐이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CFO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IBM이 최근 발표한 ‘CFO 스터디 2010’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CFO가 전략적 조언자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보고서는 CFO가 기업 경영에 재무적인 기여를 하는 동시에 정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통합하는 ‘통합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전사적 전략 의사결정 지원, 전사적 위기관리, 정보통합 등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CFO의 역할은 ‘수치 기록자→원칙에 따르는 운영자→제한적인 조언자’를 뛰어넘어 ‘가치 통합자’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IBM은 CFO가 가치 통합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무효율성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무효율성을 높이려면 재무 조직 전반에 걸쳐 프로세스와 데이터의 표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비즈니스 통찰력을 갖추려면 재무조직의 인재, 기술, 분석능력의 성숙도가 높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다.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표준화하든, 통찰력을 얻기 위해 정보통합 역량을 높이든, IT는 빼놓을 수 없는 전제조건이다.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데이터가 정보시스템에 잘 녹아들아가야 하고,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고급 분석 역량을 갖출 수 있고, 시나리오 기획이나 예측도 가능해진다. IT인프라를 잘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똑똑하게’ 활용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단순히 IT나 관련 정보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세스 및 데이터 표준화, 정보 통합 등은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개선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게다가 고급 분석 역량 등 통찰력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이제 막 성숙되고 있다.

기업의 임원 중 프로세스 개선과 IT혁신에 관한 한 CIO가 최고 전문가다. 대부분의 CIO와 IT조직은 지금 CFO와 재무조직이 맞닥뜨리고 있는 화두를 다양한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 CFO가 가치통합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CIO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IBM CFO 스터디에 참여한 뉴질랜드의 한 CFO는 “지금은 CFO라는 사실이 정말 흥미진진한 시대”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CFO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난다는 의미다. CIO는 CFO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좋은 기회를 맞았다. CIO의 적극적인 지원은 재무조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과 정보통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CFO가 가치통합자로 거듭나는 것도 용이해진다. 이제 CFO와 CIO는 견원지간이 아니라 ‘뉴 노멀’ 시대를 헤쳐가는 동반자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