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이 출범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자원공사와 대기·물·토양 등에 대한 환경오염방지 사업을 전담하던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돼 환경 전 분야를 아우르는 대형 공기업이 된 환경공단.
무엇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녹색’과 ‘환경’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 영역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환경공단이 녹색성장의 중심을 지향하는 만큼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물·대기·토양·자원순환 등 환경 관련 사업을 유기적으로 운영해 국민이 편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뛰고 있는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환경이 곧 녹색성장이고 생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배출권 거래,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적인 환경 흐름에 신속히 대응하고 물 환경 개선, 환경보건 서비스 등 수요가 높은 사업 영역은 확대·강화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습니다.”
인천 경서동 환경공단 본사에서 만난 박승환 이사장의 첫마디는 환경서비스를 통한 국민만족도 제고였다. 환경 관련 사업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운영해 언제든지 국민이 편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환경공단의 목표라는 것.
박 이사장은 “유사기능을 가진 공기업의 통폐합은 시대적 국민적 요구”라며 “국민에게 왜 우리가 필요한지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취임 후 100일간 경영 행적은 현장경영과 소통경영이었다.
먼저, 전사적 조직 정비를 위해 수도권지역본부를 비롯한 전국의 지역본부·지사 등을 순회하며 현장경영(시찰)에 돌입했다.
전국에 산재한 본부·지사 등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을 뿐 아니라 그의 경영비전 및 전략을 공유하고 화합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이사장은 어느 곳에 가든지 “본부의 로드맵이 지방사무소까지 제대로 전파돼야만 유기적이고 탄탄한 조직으로 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또 하나 중요시하는 것은 ‘소통경영’이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직원들과의 온라인 대화창구를 마련하는 등 ‘소통’의 문턱을 낮췄다.
박 이사장은 “생동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바텀업(상향식)’ 의사소통 채널이 확보돼야 한다”며 “e메일을 직원들과 공유해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이 보내는 메일을 최대한 빨리 확인한 뒤 필요한 부분은 그때그때 답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이사장은 두 개 기관이 통합됐다는 환경공단의 특수한 상황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통합 초기인 현재 직급 및 임금체계를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공단에는 양 기관의 상이한 직급체계로 인한 불안전한 통합이라는 지적이 있어, 직급 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가장 난해하고 풀기 어려운 직급조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을 마련, 조직융합을 꾀하는 한편 통합 조직으로 실질적인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며 “직급체계 단일화 후 보수체계의 일원화와 전 직원 연봉제도 시행 등을 통해 능력과 성과에 입각한 합리적인 임금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환경공단의 사업은 바로 기후변화 대응이다. 그는 “녹색성장 기본법이 발효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탄소시장 육성 및 적극적 지원·관리가 필요하다”며 “환경공단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범사업 운영시스템(GEMS)을 구축하고 이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에 22개 기업(30개 사업장), 3개 유통업체(전국 163개 점포), 전국 14개 광역지자체(467개 공공기관)가 참여하고 있다. 3년(2010∼2012) 동안 시범사업의 참여자들은 과거 기준연도 배출량의 평균 1∼2%의 감축목표를 설정해 감축노력의 실천과 함께 목표달성을 위해 부족하거나 남는 배출권을 참여자 간에 거래하게 된다.
박 이사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2012년 계획된 배출권 거래제 본사업 도입에 앞서,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내에 적합한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데 사전 정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환경공단은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의 전담 운영기관으로써 세부 운영 계획을 수립해 안정적인 제도운영을 지원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인프라 구축과 전자식으로 참여자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권의 거래 이력을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정보화시스템인 온실가스관리시스템(GEMS)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또 박 이사장은 기후변화대응으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경공단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정책 및 민간분야의 CDM 활성화 등 지원에 치중하고, 민간에서 투자가 적은 해외 CDM이나 프로그램형 CDM은 직접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공단은 현재 정부의 CDM 정책지원으로 △국내 신청되는 CDM 사업의 승인을 위한 자문 △국제 배출권 가격동향 전문지인 탄소시장 정보지(카본 마켓) 정기 발행 △국내 환경분야 CDM 사업 타당성 조사 및 지침 개발 등의 연구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민간분야 지원으로는 △국내외 추진 가능한 CDM 사업발굴 및 지침개발 △‘국가 CDM 연구회’ 설립을 통한 탄소시장 정보 공유 △해외 CDM 발굴 및 추진을 위한 국제콘퍼런스 개최 등이 있다.
박 이사장은 “CDM 직접 참여를 위해서는 현재 환경공단 내에 운영 중인 ‘CDM 수출산업화 추진단’을 자문에서 시행성격으로 변경할 예정이며, 그간 구축된 대내외 네트워크를 CDM 발굴 및 추진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엔 차원의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투명한 관리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환경공단은 지난해 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사업으로 전 분야 인벤토리 구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정부종합대책에 의해 환경공단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담당기관(폐기물부문)으로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하고 있으며, 선진국 수준의 인벤토리 작성을 하기 위한 국가고유 배출계수 개발, 의무감축국과의 인벤토리 상호검증 등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향후 고유 배출계수 개발로 신뢰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국제협상의 기초자료, 국내 온실가스 저감기반 마련 등 주요 국가 기후대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대형 배출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클린시스(CleanSYS,옛 굴뚝TMS)를 통해 배출규제 기준을 준수하도록 감시하고 또 측정 자료는 공식적인 행정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보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클린시스를 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 높은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온실가스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은 IPCC, 미국 MRR 등 해외 주요 지침들이 가장 정확한 산정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에서 실측을 의무화하거나 우선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 측정기(클린시스)에 대한 우리나라 법적 기준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실질적으로 ±2%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어 당장에라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박 이사장의 말이다.
박 이사장은 “배출권한을 설정하고 잔여분을 거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서 배출량의 정확한 산정은 가장 근본적인 요건이며 클린시스가 이의 좋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이사장은 “SOx, NOx, CO, NM-VOCs 등 전통적 대기오염물질이 기후변화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라,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통합관리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원 및 발생 메커니즘이 유사(약 85%)해 통합관리 시 대기질 개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대한민국 녹색성장의 중심으로 역할함과 동시에 녹색기술의 해외 수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국제적인 환경 공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도국 등에 환경기술지원 등으로 녹색기술 협력사업을 강화하고 해외사업 수주로 국부를 창출해내겠다는 것이다. 튀니지에 대기 오존측정망 구축 지원사업과 우즈베키스탄에 염분저감기술 개발사업, 이집트 유해폐기물 통합관리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현재 지원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내 CDM 인증기관(DOE) 중 최초로 매립가스 자원화 사업을 UN에 등록함으로써 환경공단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며 “이 같은 해외 CDM사업 개발에도 적극 진출해 국제사회에서 녹색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환 이사장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동래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상사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5년에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89년 박승환 법률사무소를 열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에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같은 해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한국해양대학교·부산대학교 강사로 활동했다.
2004년 17대 부산 금정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계에 본격 입문했다. 국회의원 활동 중에 농림 해양수산위원,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선대위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장으로 활약했다.
박승환 이사장은 대표적인 합리적 환경주의자로 꼽힌다. 경제도 성장도 무시한 채 환경보전만을 주장하는 환경론자들과 그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박 이사장은 ‘대운하 찬성론자’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과 함께 사단법인 ‘부국환경포럼’을 만들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지지하는 환경 관련 강연과 토론회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상적 환경주의와 오도된 환경논리가 팽배해 있으며 국가와 국민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환경논쟁은 심각한 국익훼손을 가져오고 정부의 소신 없는 환경정책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잃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올바른 환경관을 심어주고 환경산업을 육성하며 국제사회의 환경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것이 그의 굳은 생각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