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재, 한국 IT산업에 먹구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따른 유럽 항공대란이 우리나라 IT 수출 기업들의 급격한 업황 회복에 두터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으로의 완제품 수출은 물론, 현지 반제품(모듈) 조립라인에서 사용할 부품·소재 조달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18일 KOTRA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현황 및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 16일 기준, 아일랜드·덴마크·영국 등 11개국 공항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만 대한항공 53편·아시아나항공 17편·외항사 20편의 출발·도착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수출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이닉스는 유럽으로의 수출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이 하루 평균 10억∼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손실 예상치를 합치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받게 될 타격은 하루 평균 5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LCD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전자는 슬로바키아에, LG디스플레이는 폴란드에 각각 LCD 모듈라인이 위치해 있다. 국내서 LCD 패널 및 모듈 조립에 필요한 각종 광학필름 등 부품·소재들을 공수해야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재고량이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 산업도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유럽에 수출하는 휴대폰 물량은 하루 평균 20여만대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약 30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유럽 현지에 완제품 공장을 두고 있지 않아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대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유럽을 오가는 기업 관계자들의 일정에도 큰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가가 불투명하다. 애초 박람회 참가를 위해 38개사 70여명의 관계자가 지난 17일 독일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항공편이 취소돼 박람회 개막일에 맞춘 한국관 개설이 어려울 전망이다.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이광우 LS사장 등도 하노버 박람회 일정을 취소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도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건설장비 전시회 ‘바우마 2010’ 참관 일정을 취소했다.

 또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조선기자재 바이어들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현지 공항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열린 독일 국제조명건축 전에 참가한 국내 업체 12개사 30여 명의 관계자는 행사 종료 후 지난 17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직항편이 결항돼 경유 항공편을 물색 중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