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가파른 상승세…득과 실은

올해 들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가파르게 절상(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득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지만 내수기업의 채산성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

또 수입단가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한편으론 해외 여행이 늘어나 여행수지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외화 유동성을 볼 때 원화의 추가 절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그 속도가 빠르면 수출과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업계 긴장..물가엔 유리=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16일 1110.30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 4.9% 절상됐다. 이 같은 절상률은 호주(4.5%), 태국(3.4%), 대만(2.6%), 싱가포르(2.3%), 일본(-0.7%), 중국(0.0%) 등 주요 11개국 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반등한 데 이어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락세를 유지하며 1,00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한은은 환율이 10% 하락하면 연간 경상수지는 70억달러 감소하고 연간 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환율이 1,150~1,250원이던 2002~2003년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03%였지만 900~1,000원이던 2006~2007년에는 5.39%였다. 1천원어치를 팔면 70원 벌던 것이 54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으로 국제 교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출기업이 ‘박리다매’를 통해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준다. 환율이 10% 떨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포인트 하락시키고 원화로 환산한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민간소비에서 수입소비재가 차지한 비중은 7.01%로 1999년 3.28%와 비교할 때 10년 사이에 2.13배로 증가했다. 환율이 소비자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의 상승을 일부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강세로 가는 것은 자국 통화의 힘이 세진다는 뜻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다만, 당장 기업 입장에서 수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보다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커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수지 적자 3년만에 최대 전망=싱가포르의 통화 절상에 이은 중국 위안화의 절상 임박과 이에 따른 원화 강세 전망, 대내외 금리 차이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는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작용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2월 4천138억원에서 3월 4조5천430억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월 5조3천246억원에 이어 2월 5조7천478억원, 3월 6조2천645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경기 회복이 느린 선진국의 해외 투자 감소, 환율 하락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 FDI 신고금액은 15억4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8.2% 감소했다.

환율 하락과 소비심리 개선이 맞물리면서 해외 여행이 급증해 올해 여행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분기 인천공항을 통한 내국인 출국자는 212만6천969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30.5%나 늘어났다.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쓰는 돈보다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 쓰는 돈이 많아지면서 1~2월 여행수지는 마이너스 13억달러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4억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은은 연간 여행수지 적자가 지난해 39억달러에서 올해 112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7년 158억달러 적자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하락하면 소비자의 대외 구매력이 커진다”며 “해외 송금자나 해외여행자는 좋겠지만,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이나 해외 근로자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