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일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매우 밝게 본 이유는 수출 증가와 국내 소비 회복이 매우 빠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ADB는 한국이 지난해 금융 위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할 만큼 경제 기반이 튼튼한데다 올해는 세계 주요국 경기마저 살아나고 있어 수출 지향적인 한국 경제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여성의 고용 확대를 통해 인구 감소 시대를 대비하고 서비스업 육성 등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내수와 세계 경기 회복이 견인=ADB는 올해 한국 경제의 회복 모멘텀으로 내수 활성화와 글로벌 경제 정상화를 꼽았다. 즉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정부의 재정 투입을 대체하고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산업 부문도 활기를 띨 것을 본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맞춰 한국의 주도 산업인 반도체, LCD패널, 휴대폰 등 정보통신(IT) 제품, 자동차의 수출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한국의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으로 예상돼 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민간 소비는 올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면서 올해에 전년보다 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라 근로자 상여금이 늘고 원화 강세로 한국인들의 구매력을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의 설비 투자는 상반기에 10%, 하반기에 5%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산업 생산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이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국의 건설 부문 투자는 지난해보다 다소 부진한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올해 노동 시장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창출한 희망근로 등 일자리가 축소되는데다 고용은 후행지표라서 민간 부문에서 경기가 회복되는 만큼 고용 개선이 빨리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의 경우 경기 회복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만일 인상을 하더라도 소폭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은 올해 17조2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7%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봤다.
2008년과 2009년의 저성장에 따른 기조효과로 올해 한국은 5.2% 높은 성장을 할 것이며 기업의 설비 투자가 이어지는 2011년에도 4.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내려 올해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으로 잡을 수 있으며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수준인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150억달러 흑자로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걸로 평가했다.
◇여성 고용.서비스산업 육성이 차세대 동력=그러나 ADB는 한국 경제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ADB는 한국이 매우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개인의 빚이 150%에 이를 정도며 저소득 가구일수록 더욱 심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하며 산업 구조 또한 노동력에 의지하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등 생산성 향상에 힘쓰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남성보다는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큰 여성이 고용에 타격을 받으면서 고용 시장에서 퇴출돼 집에서 아이를 보거나 주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ADB는 “여성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한국인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지식 기반 산업의 경쟁력 미흡, 중국 등 후발 주자의 한국 주요 산업 추격 등이 한국의 잠재 성장률 증가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기업이 노인과 여성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통신, 금융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서비스업에 있어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자 진입이 자유롭게 하는 것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