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올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본격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 가까이 워낙 혹독한 불황을 겪은 뒤 정상적인 궤도로 접어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19일 세계반도체연합(GSA)의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30대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매출액 총합은 2043억달러(약 228조3200억원)로 작년보다 12.6%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814억달러와 지난 2008년 1963억달러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며, 2007년의 2075억달러(약 231조9000억원)보다는 여전히 낮은 예상치다. 또한 반도체 업계의 올해 전체 매출액은 2797억달러(약 312조6000억원)로 작년의 2300억달러보다 21.5% 급증할 전망이나 2008년보다는 8%, 2007년에 비해서는 2.3% 소폭 상승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급격한 호황을 느끼는 일종의 착시 현상일 뿐, 반도체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을 되찾아간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지표는 설비 투자 규모다. 시장조사 업체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설비 투자는 총 370억달러로 작년보다 45%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설비 투자 규모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설비 투자는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해 투자 회복세가 본격화하더라도 과거 호황기 시절과는 여전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추세도 아직 본격적인 낙관론을 펼치기는 이르다. 지난해의 경우 총 84건의 M&A 거래가 발표돼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GSA가 451개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는 M&A 건수와 금액이 뚜렷한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를 인수하는 비용이 작년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