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자로 여겨지는 ‘멤리스터(memristor)’와 관련해 해외 기술 개발이 급진전하고 있다. 최근 해외 연구진들이 멤리스터를 이용해 사람의 신경망 구조와 유사한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가 하면, 차세대 메모리는 물론 CPU를 대체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멤리스터는 메모리와 저항기의 합성어다. 전류가 끊긴 상태에서도 흐른 전하량을 기억해 저항이 스스로 변하는 특성을 지녔다. 컴퓨터용 테라비트 메모리나 CPU로도 발전할 수 있다. 사람의 신경망 회로를 인공적으로 구현할 소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19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 웨이 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멤리스터 단일 소자가 마치 인간의 뇌 신경망을 구성하는 시냅시스처럼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사실을 시연했다.
사람의 인지 과정은 개별 시냅시스들에서 동시다발적인 전압이 발생할 때 형성된다. 신경망은 특정 알고리듬으로 공학적 설계가 매우 어렵지만, 아날로그 메모리 요소인 단일 시냅스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치화할 수 있다. 루 교수팀은 저항값을 변화시키는 멤리스터의 특성을 이용해 시냅스처럼 동시다발적 전압에 응답하는 원리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차세대연구프로젝트원(DARPA)는 HP·IBM·HRL연구소 등과 함께 인간 두뇌의 인지 요소를 개발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을 찾기로 하고 민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루 교수팀의 이번 연구 또한 DARPA와 미국과학재단(NSF)의 공동 후원을 받고 있다.
최근엔 멤리스터가 향후 컴퓨터 CPU를 대체할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HP연구소는 얼마 전 메모리와 함께 자체 연산(로직) 기능까지 갖춘 멤리스터를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이끈 스탠리 윌리암스 HP 정보양자시스템연구소 이사는 “멤리스터가 로직 기능까지 수행한다면 언젠가 CPU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칩 기술의 한계인 ‘무어의 법칙’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신기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P는 향후 수년 내 멤리스터를 차세대 메모리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 차원에서는 이미 칩 양산을 위한 설계 기술도 확보했다. 멤리스터는 기존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절반의 공간으로도 같은 양의 메모리를 저장할 수 있어 초소형 고성능 메모리 소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산 기능까지 결합할 경우 ‘칩 위의 컴퓨터’라는 하이브리드 칩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