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유럽 화산재 뚫어라"

유럽 항공대란으로 공급 부족 현상 극심

반도체 수출 "유럽 화산재 뚫어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폭발로 유럽지역 항공운항이 마비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특히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급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해외 고객의 재고 수준이 평균치보다 크게 부족한 만큼 항공대란이 더 이어질 경우 공급 차질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번 사태로 유럽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제품들을 사흘째 보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하이닉스 매출에서 7%가량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통상 한 번 운송이 이뤄지지 못하면 하루에 10억원 정도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행히 반도체시장의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 실어내지 못한 제품을 다른 곳에 공급할 수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하이닉스는 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통행이 가능한 유럽공항 지역이 확보되면 우선 반도체를 실어보내고 고객 지역까지 육로로 운송하기로 합의했다. D램의 재고치는 일주일에 불과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물론이고 휴대폰 제품들을 항공기로 운반하기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현지에 유통 재고가 있어 당장 의미 있는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며 “물류 파트를 중심으로 상황실을 구성해 현지 사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을 파악, 최우선적으로 제품을 실어보내고 육로 수송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으로 휴대폰을 항공기로 수출하는 LG전자 역시 “아직은 현지 재고로 대처하고 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삼성과 LG가 모두 현지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운송 시 선박편을 주로 이용해 이번 사태로 말미암은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번 항공대란으로 인한 일평균 수출 차질액 규모가 28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폰, LCD , 반도체 등 IT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로 하루 평균 약 2380만달러에 이른다. 협회 측은 “주요 전자제품 수출 기업은 유럽 현지에 완제품 및 부품 재고가 있어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항공운송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차질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럽지역으로 갈 예정이었던 화물기 각 4과 2편 운항을 이날 모두 취소했다. 지난 16일 시작된 결항은 이날까지 화물기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21편, 아시아나항공도 6편이 결항했다.

유형준·김준배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