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소]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출연연 별로 2∼3개 대표 프로젝트에 집중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올해 소속 13개 출연연 관리의 최대 목표를 연구개발(R&D) 과제의 대형화로 꼽았다. 잔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꼭 필요한 주력 과제에 집중해야만 출연연의 존재 목적인 국가와 산업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한 이사장은 과제 대형화와 성과 중심의 역량 집중을 위해 예산의 ‘블록 펀딩(Block Funding)’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민간이 우위에 있거나, 출연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판단된 과제 40개를 폐지했다”며 “이런 강력한 ‘포기전략’이 통하려면 예산의 힘이 있어야 하고, 그만큼 대형 과제에 대해서는 ‘뭉칫돈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소속 13개 출연연 별로 짠 2∼3개 대형 과제를 전부 꺼내 놓고, 각계 전문가들과 예산 당국까지 포함해 내년 예산 전략을 짜는 초대형 워크숍을 5월1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기술 실용화 및 제품화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예정이다. 한 이사장은 “R&D를 70∼80% 선까지는 잘 진행해 놓고도, 이후 진짜 중요한 상용화 전환 연구가 약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오는 6월 지난해 발표한 88개 R&D 속도전 대상 과제의 실용화 경진대회를 열고, 결과 순위를 공개해 의욕을 북돋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R&D 성과물의 상용화 결과가 공개적으로 순위로 매겨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이사장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산업기술 출연연의 기술지원 사업은 올해도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중 하나”라며 “6월 초부터 곧바로 출연연 소속 석박사급 우수 연구인력을 중소·중견기업 현장으로 보내, 실질적인 기술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취임때 부터 강력 추진해 온 일본, 독일, 미국 등과의 공동 R&D와 연구과제 공동 발굴 작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특히 국제동료평가제(IPR)를 시행해 우리가 선택할 과제가 과연, 해외 현지와 글로벌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지를 따지고, 객관적으로 검증 받게 할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선 △연구비 배분 체계 개선 △책임 경영 및 지배구조 개선 △조직과 인력의 유연성 제고 △노사선진화 진전 등의 큰 방향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2년간의 행보에 대한 점수를 묻는 질문에 한 이사장은 “80점은 된 것 같다”며 “아주 안될 것이란 절망은 선을 넘어섰고, 이제는 90점 이상 100점을 향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우리 기술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창재(창의적인 인재)’라고 역설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