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소]전문가기고-금동화 출연연발전민간위 위원](https://img.etnews.com/photonews/1004/100421033416_1669261751_b.jpg)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과 연구 활동은 과학기술계에서 20여년간 꾸준히 논의돼온 단골 메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잘못과 개편 논의가 반복됐다.
이 밑바탕에는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이후 설정했던 산업근대화의 지원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달성했으므로 빠르게 변하는 기술 개발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1990년 이후 산업체의 기술개발 투자와 연구 활동이 크게 늘고 2000년 이후 대학의 기초연구 역량이 신장되면서 공공연구소도 산업체·대학과 차별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 직면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새로운 정체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과학기술 환경을 감안해 지금까지보다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경제활동과 성장에서 무형자산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했다. 둘째, 전통산업과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그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크게 높인 경험이 있다. 셋째, 개방형 혁신이 경쟁력 확보·유지의 대세인 국제적 환경에 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지배력이 높은 신기술과 신상품을 남보다 먼저 개발하는 데 내부 역량에 경쟁자까지 포함한 외부의 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국가 과학기술을 떠받치고 있는 공공연구소가 대학과 산업체 몫으로 적당한 학술연구와 산업화 개발활동은 넘겨주고 선진국이 해 온 것처럼 공공연구소가 담당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첫째, 장래에 국가 경쟁력 확보에 꼭 필요한 과학기술 주제를 앞서 발굴하고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선행연구를 추진하는 연구조직이 돼야 한다. 여러 요소 학문과 기술이 복합된 거대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는 개방형과 다학제적으로 대규모 연구팀을 구성해 풀어야야 한다.
둘째, 특정분야에서 응용연구의 역량과 대형 장비 및 시설을 확보해 시장 혹은 시스템적으로 포용하기 힘든 기술을 확산시키는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기술분야의 플랫폼을 갖춘 자국 내의 산학연 및 해외 기관과 공동연구의 허브 역할을 한다.
셋째, 고학력 연구자가 우수한 인력으로 훈련받고 타 연구조직으로 흘러가는 저수조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 출연연들도 나름대로 선진국 공공연구소와 유사한 미래형 과제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이 가능한 규모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출연연구소들도 IT·NT·BT의 융합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미래형 대형 과제에 장기적으로 도전하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되 임계규모 이상의 큰 연구팀을 구성해 개방형 협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금동화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 위원(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dwkum@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