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16) 가장 어려운 문제 vs 가장 중요한 문제

 지금 미국 하버드 대학에선 가장 어려운 문제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110년 전 독일의 수학자 데이비스 힐베르트가 파리에서 열린 국제수학회의에서 수학의 난제(難題) 23가지를 제시했던 것과 같다. 스티븐 코슬린도 하버드대학 사회과학대 학장은 사회과학에서 풀지 못한 문제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힐베르트가 했던 방식과는 달리 전공·나이·학위를 불문하고, 오는 5월 30일까지 세계 각처에서 사회과학계의 난제를 받아 민주적인 방식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선정한다고 한다.

 행사의 흥행을 위해 최근 하버드대학은 어떤 문제들이 난제로 꼽히는지 맛보기용 심포지엄을 열었다. 철학·역사·의학·정치학·심리학·경제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12명의 전문가들은 심포지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난제를 발표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남녀의 차이가 경제적 성과를 설명하는데 여전히 유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성별을 차별하지 않는 미국이 아직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나보다. 또 다른 난제. “사람들은 왜 알면서도 건강한 생활을 하지 않는가.” 한국의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제일 물어보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진부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하는 난제.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여기에 한국의 상황을 덧붙인다면, “중산층이 사라지는 이유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사회의 문제들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자 제기된 문제도 있다. “어떻게 하면 정부가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생산할 수 있겠는가.”

 학자들의 발표에 청중들은 “학제 간 벽을 허물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 “학문의 언어가 달라 소통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질문을 좁히고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는 풀리는 문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미래학계에서 보면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미래 지향적으로 행동하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래학자 브루스 톤은 미국인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미래학자 칼 드레보그는 미국에서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면 사회주의자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런 시각에서 비춰보면 사회의 난제들을 꼽아보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가 어떠한 이념적 제한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상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난제를 찾아 자유롭게 해결책을 찾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