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동의보감] 녹차

 궂은 날씨가 계속된 탓에 완연한 봄기운을 느껴본 것은 며칠 되지 않은데, 절기상으로는 벌써 봄의 끝인 곡우가 지나고 여름을 알리는 입하가 다가오고 있다. 곡우는 곡식에 꼭 필요한 봄비가 내린다 해서 못자리를 해야하는 농삿일에서는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였다.

 곡우 즈음은 녹차 중에서 그 맛과 향이 최상이라 하는 우전(雨前)과 세작(細雀)을 따는 시기다. 우전차는 곡우전에 싹이 채 피지 않은 아주 어린잎을 따서 만들며, 세작은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잎이 다 펴지지 않은 어린잎을 채취해서 만든다.

 녹차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유용한 음료 중 하나다. 동의보감에는 ‘숙식(宿食)을 소화시키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굽거나 볶은 음식의 독을 풀어준다’고 나와 있다.

 혈당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분해시키는 녹차의 효능을 풀어쓴 말이다.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생기는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증, 각종 암과 같은 난치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녹차의 뛰어난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오리구이를 너무 좋아해 끊지를 못했다. 의사가 보더니 반드시 속에 옹저(현대의 종양, 암에 해당)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병이 생기지 않았다. 후에 탐문해 보았더니 이 사람은 매일 밤 반드시 차가운 차 한잔을 마셨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독을 풀어준 것이다.”

 이외에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카페인·타닌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기억력·사고력을 길러주며 신진대사를 원활히해 피로를 회복시켜 준다. 주의할 점은 녹차의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은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홍차로 바꿔 마시는 게 좋다.

 최은숙 은한의원장/ www.eunhan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