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21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과학의 날’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국가 R&D 투자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늘리고 과학영재 투자를 두배로 늘리겠다”거나 “세종시의 전폭 지원”, “풀뿌리 연구과제 지원” 등을 약속했으나 과학기술인들이 바라보는 표정이 썩 밝지 않아 아쉬움. 출연연 한 관계자는 “총리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최근 출연연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체제 개편 방향을 읽어보면 결코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안드는게 현실”이라며 “과기계 홀대론이 어디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지 않느냐”고 퉁명스런 반응. 실제로 이날 행사 참석차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서남표 KAIST 총장에게 행사가 작아 섭섭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지난해 KAIST입학식에 대통령께서 왔었고, 이 곳도 좋아 보인다”며 지나가는 말로 형식적으로만 대답.
○…이날 ‘생일’을 맞아 과학기술계 요인들이 모처럼 북새통을 이뤘지만 ‘천안함’ 사고 분위기로 인해 서로가 목소리를 낮추는 등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 이날 과학기술훈장 수상 1순위자로 행사장에 들어서던 류근철 KAIST 초빙 특훈 교수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당당하게 식장으로 들어서는 등 정정함을 과시. 또 지난 3월 별세한 고 조경철 박사에게 수여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미망인인 전계현씨가 대신 받자 일순 주위 분위기가 숙연해 지는 등 이날 참석한 과학기술인들이 고인에 대한 경외감을 마음속 깊이 표출. 한편 이날 행사는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과학기술인의 사기진작도 시킬 겸 성대하게 치르기로 했었으나 ‘천안함’때문에 정운찬 국무총리 행사로 줄여 조촐하게 치렀다는 후문.
○…이날 행사에서는 차관급에 해당하는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이 자리 배치를 받지 못하고 뒤에 서서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절한 예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최 측인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와 교육과학기술부에 눈총이 쏠리는 등 ‘옥에 티’. 과학기술 훈장 배분도 총 29개 가운데 12개가 대학교수에 배분됐고,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7개만이 주어져 출연연이 몰려있는 대덕연구단지서 치르는 행사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것은 아니라고 섭섭함을 토로.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관도 기관장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앞쪽으로 무조건 모시고 왔다”면서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국무총리급으로 행사가 축소되면서 의전이 뒤죽박죽 된 것 같다”고 지적.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