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 전기차 보급 ‘산 넘어 산’

 CT&T의 저속 전기차가 ‘이존’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급속 충전소에서 재충전을 받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CT&T의 저속 전기차가 ‘이존’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급속 충전소에서 재충전을 받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저속 전기차(NEV)의 이달 도로주행이 불발된 데 이어 초기 시장 형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소 전기차업체들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전문업체인 CT&T는 저속 전기차 ‘이존’의 판매 시기를 다음달 이후로 연기했다. 환경부 승인과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안전성 테스트를 아직 통과 못했다. CT&T가 차량판매에 필요한 정부승인을 모두 받아도 내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환경부가 보조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치열한 자동차시장에서 저속전기차가 살아남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존’의 판매가격은 납축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이 1500만원,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한 고급형은 한 대에 2000만원이 넘어선다. 경차 기본가격이 900만원대에 비해 저속전기차는 두 배는 비싸고 주행속도는 절반에 불과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름값이 안들어 유지비가 싸다는 저속전기차의 잇점도 높은 차량 가격 앞에 빛이 바랜다.

CT&T는 지금까지 관공서, 지자체에서 약 2300대 저속전기차를 사전주문 받았지만 정부보조금이 없을 경우 일반 소비자 판매는 크게 기대하가 어렵다. 환경부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은 저속전기차는 실질적인 탄소배출절감 효과가 낮아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저속전기차 대신 내년 7월부터 출시되는 고속 전기차를 공공기관에서 구입할 때 대당 2000만원 한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중소 전기차업계는 CT&T의 저속전기차가 시장진입을 앞두고 고전하는 상황을 찹찹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선두주자인 CT&T가 내수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로 계획된 5∼6개 후발기업들의 전기차 출시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전기차산업협회는 오는 23일 총회를 개최하고 저속전기차에 대한 환경부의 보조금 지급과 여타 정책적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전기차업계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일본정부처럼 경차와 전기차의 가격차이 80%를 보조금(72만엔)으로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저속전기차의 보험요율이 경차보다 5% 높게 책정된 것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춘건 전기차산업협회장은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저속전기차가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빠지는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고속전기차만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기존 완성차업체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