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으로 산다는 것
최고경영자(CEO), 임원은 직장인의 꽃이자 직장인의 최종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고, 또 좌절하기도 한다. 이 직장인이라는 이름에 여성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임원이 되기 위한 도전의 수위가 달라진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그것은 소수이자 사회적 약자로서 한층 더 고군분투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특히나 사회 생활하는 ‘기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한층 고차원적인 복잡함을 경험하는 일이다. 가정과 육아와 사회생활이 조화롭게 ‘믹스&매치’되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댁 제삿날은 꼭 프로젝트 때문에 한창 바쁜 때고, 아이가 아플 때 중요한 워크숍을 가야 한다. 남편이 해외 주재원이라도 된다면 내 일을 접고 따라나서야 ‘가정 버린 여자’ 취급을 피할 수 있다.
여성 임원은 우리 사회의 소수 중의 소수다. 우리 사회뿐만이 아니다. 미국 IT의 본산지 실리콘밸리에도 여성 CEO는 단 6%에 불과하다. 그 자리까지 오르려면 남자들보다 10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관리와 절제를 해야 한다. 숫자 자체가 적으니 이른바 ‘끌어줄’ 여자 선배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있는 직장 여성들에게 지침서가 된다. ‘여성다운 인맥관리와 대화법’ ‘가정과 직장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임원으로 인정받는 여성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 등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제목들로 꾸몄다. 힐러리 클린턴, 콘돌리자 라이스, 낸시 펠로우의 성공담에서도 자극을 받지만 내 주변 평범한 직장 여성의 이야기가 든든한 동지로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여성 리더들의 인터뷰가 돋보인다. 그녀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까. 한결같이 임원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루하루 열정을 갖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이 자리에 올라 있었다고. 인텔코리아의 윤은경 전무는 “한 번도 장기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준배·류현정 지음. 크롭써클 펴냄. 1만2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