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거목들
김한원 외 5인 지음. 삼우반 펴냄.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도 자본주의가 소생할 것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학문적 근거는 다름 아닌 기업가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술 혁신과 이를 통한 창조적 파괴를 꼽았다. 이를 선도하는 주체가 바로 혁신적 기업가라는 것이고, 그 속에 담긴 혼이 기업가 정신이다. 자본주의 탄생 이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모해 온 기업가 정신의 정의는 최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까지 강조되며 더 높은 품격으로 승화했다.
한반도 좁은 땅 덩어리에서 기적의 기적을 거듭하며,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을 건설한 우리나라. 그동안 앞만 보며 달려오느라, 주변을 돌아볼 새도 없었던 대다수 경제인들에겐 어쩌면 기업가 정신은 사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이제 선진국 진입을 위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우리에겐 반드시 되짚어야 할 가치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닦은 고 이병철(삼성)·정주영(현대)·구인회(LG)·최종건(SK)·박승직(두산) 창업주들의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재조명한다.
자산 규모와 매출액,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들 5명의 창업주를 꼽았다. 저자들은 각 그룹 창업주들의 성장 과정과 시대 환경, 창업이념, 기업가 정신을 면밀히 고찰한다. 지금까지 창업주들에 관한 서적들이 대부분 자전적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 책은 각종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적인 연구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5대 그룹 창업주들의 기업가 정신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본다. 현대 사회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의 가치를 반추해 보기 위해서다.
이 책은 창업주들이 하나같이 ‘하면 된다’는 강력한 신념과 열정의 소유자들이었다는 점을 밝혀낸다. 나아가 신념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이들 1세대 기업인들이 전하는 도전 정신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게 더 되새길만하다. 지난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창업 열풍은 사라지고, 저마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이기에.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