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자이지(짝퉁) 업체들은 인도·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로컬 브랜드로 거듭난 업체들은 저가 시장에서 중·고가 시장까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하반기부터는 중국산 스마트폰까지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샨자이지 제품도 휴대폰·MP3플레이어 등의 제품군을 넘어 넷북·노트북·TV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이제 저가 시장은 물론 중·고가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몇년 사이 중국 업체들은 엄청난 수준의 기술적 도약을 이룩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과 대만의 협력 체제인 ‘차이완(중국+대만)’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전문기업 미디어텍은 저가 베이스밴드칩과 휴대폰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SW)인 소스코드를 중국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예전에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SW를 개발했지만, 지금은 미디어텍에서 소스코드를 받아 중국업체들이 쉽게 휴대폰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중국 당국은 샨자이지 업체들의 양성화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돌입한 중국업체만 OPPO·지오니·도프다(HTC의 중국 브랜드)·레노버 등으로 확인됐다. 또 위룡·매이주 등 고급폰 제조업체들도 비밀리에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로컬 휴대폰 업체인 지오니의 양잔첸 부사장은 “당장 출시될 중국산 스마트폰이 아이폰·블랙베리보다 좋은 성능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게임·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집중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내놓는 ‘엔트리 프리미엄 전략’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 낮에도 화창베이 시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남아 등지에서도 부품을 구입하기 위해 화창베이를 들른 바이어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중국산 부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 화창베이 시장 부품 섹터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샨자이지 및 중국 전자업계의 활황은 부품 업계를 육성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BYD·트룰리 등 중국 대형 부품 업체들은 터치스크린 패널, 각종 IC는 물론 모바일용 CPU까지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특히 리튬·철 2차전지는 전기차 대회에서 한국, 일본산 제품 못지 않은 성능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2005년 이전만 해도 중국 전자업체들은 핵심 부품 대부분을 한국, 일본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글로벌 휴대폰 생산 기반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세트업체에 자국 부품을 사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어 중국산 부품 산업은 더욱 탄력받고 있다. 심지어 삼성·LG전자 등 국내 세트업체들도 매년 중국산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 4위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의 양위안칭 사장은 “중국이 컴퓨터를 비롯한 IT시장에서 일본이나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이 같은 말들은 점점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차이완의 부상에 대비해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이 일본 전자 기업을 압도했다는 승전보가 울렸을 때 39년째 한국에 근무하고 있던 미쓰이물산의 모모세 다다시 고문은 “13억 인구 중 1퍼센트만 전자업계에 종사한다고 쳐도 무섭지 않은가? 아마 이르면 5년, 10년 내에 중국 어느 전자 기업의 영업이익이 한국의 2배라는 기사가 나올지 모를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선전(중국)=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