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마이크론과 합병 이후 프로세스혁신(PI)의 닻을 올린 LG이노텍은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사원에서 대표까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IT부터 프로세스까지 모두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올초부터 전사 공급망관리(SCM) 혁신 경영에 돌입했다.
이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박희창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다. 박 상무는 PI그룹을 이끌며, 전사적자원관리(ERP)·생산관리시스템(MES)·선진계획스케쥴링(APS) 등 SCM 혁신을 위한 IT 인프라 마련은 물론 프로세스 개선에 이르기까지 손수 현장을 챙기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해까지 사전 통합활동(PMI, Pre-Merger Integration)을 통한 통합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혁신의 첫 발을 내딛는 해”라며 “물리적 시스템 통합에 이은 문화적 통합을 완성하고 시너지 창출과 규모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사 SCM 프로세스 혁신 돌입=가장 먼저 올초 SCM 혁신에 돌입한 DN사업부의 적용 결과를 공통 프로세스와 사업부별 프로세스로 분류하고 올 하반기 이후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이를 확산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장치 산업형과 조립 산업형 등 각 사업부별 프로세스 수준과 역량 차이를 고려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시스템 구축보다 프로세스 개선을 앞서 진행해 혁신 활동의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사업부장의 주도적 혁신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임파워먼트 전략도 펼치는 한편 사업부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과 양사 합병 이후 표준화 전략이 혼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박 상무는 “PI의 가장 어려운 점은 직원들의 변화관리 의지”라며 “초기에는 일부 손해를 감소하더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개 SCM 프로세스 개선 과제를 선정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LG이노텍은 예측하지 않은 물량은 생산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강력한 판매-생산간 프로세스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박 상무는 “예전에는 긴급 주문에 생산 부문이 빠르게 대응하면 칭찬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정확한 예측량과 계획 기반 생산 체제를 갖추고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외부 협력업체와 고객사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지언정 장기적으로 최적화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긴급 주문에 따른 비계획적 생산을 차단하는 등 매출에 대한 ‘유혹’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혁신에 발맞춰 조직도 보강한다. 작년까지 사업부마다 PI그룹을 조직한 데 이어 올초 본사에 SCM 그룹을 신설해 각 사업부별 프로세스와 IT 혁신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현재의 사업부별 공급망계획(SCP) 조직 인원을 대폭 늘리고 글로벌운영센터(GOC) 조직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이 센터는 생산과 계획의 불협화음을 조절하면서 사업부별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하게 된다.
글로벌 역량 확보를 위한 LG이노텍의 비전을 실천하면서 몇 년내에 AMR리서치의 글로벌 SCM 핵심기업 리스트에 LG이노텍의 이름을 올려 해외 선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박 상무의 꿈이다.
◇성공적 통합 위한 IT와 문화적 뒷받침=현재 ERP, MES 등 SCM 혁신을 위한 IT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LG이노텍은 지난해 PMI활동을 통해 일부 시스템을 먼저 통합했다. 박 상무는 “LG마이크론, LG이노텍, 그리고 LG이노텍 소속이었지만 LG전자에서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PCB 사업부까지 현실적으로는 서로 다른 3개 조직의 프로세스와 문화를 하나로 구현해야 했다”면서 “지난해 7월 합병 이후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제로는 지난해 초부터 재무시스템과 인사시스템을 미리 통합했다”고 밝혔다. 각기 다른 회사였지만 그룹 계열사라는 공감대를 활용해 공식 합병 이전부터 시스템과 문화의 통합을 세미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이어 올해에는 ERP 시스템이 없었던 PCB 사업부 등에 올초 ERP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으며, 신설 LED 공장에도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생산 현황 집계를 위한 MES도 구축 중이다. 내년 이후에는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시스템 구축을 통해 통합된 데이터로 더 빠르게 한 눈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이러한 IT 인프라의 물리적 결합 이외에 직원들의 마음과 마음간 소통을 위한 문화적 통합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기업 합병 당시 LG마이크론 직원들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사업장과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에 나서기도 했다. 또 통합 이후 CFO 조직의 경우 매일 아침에 한 자리에 모여 체조를 한 후 한 사람씩 3분 스피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모든 조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전 소속회사 직원들끼리 관성적으로 가지던 회식자리도 금지했다. ‘통합’ LG이노텍이라는 소속감을 하루빨리 형성하기 위해서다.
◇미래를 위한 투자 가속=박 상무는 현재 CIO가 아닌 CFO의 입장에서 IT 전략을 짜는 만큼 장점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상무는 “일반적으로 CFO들은 IT 예산을 ‘소모 비용’ 관점으로, CIO들은 ‘혁신을 위한 투자’ 관점으로 바라보는데 CFO이면서도 IT 예산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지금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LG이노텍의 주요 제품이 연관된 모바일·디스플레이 업황이 개선되고 투자 여력도 생겨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본격화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투자 규모도 예년의 3배 이상 늘어났으며, 향후 3년간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LED 사업에 날개를 달기 위한 IT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또 최근 텔레프레즌스를 도입하고 지식 공유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기업포털(EP)을 이 달에 오픈하는 등 직원간 소통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더 나아가 올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구현을 계획하고 있다.
부품업체로서 하드웨어 관점이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향상하는 한편 IT가 창의적 사고의 도구가 돼야 한다는 기조아래 아이폰, 킨들, 아이패드 등 새로운 모바일 기기들을 일부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창의적 업무 활동을 독려하는 ‘IT 얼리어답터’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LG이노텍만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도 준비하는 등 전사적인 업무 문화 혁신이 쉴새없이 이뤄지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