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News Inside - 인터뷰/ 조나단 라이트 액센츄어 아태 운영효율성 대표

[CIOBIZ+] News Inside - 인터뷰/ 조나단 라이트 액센츄어 아태 운영효율성 대표

 “여전히 많은 기업들의 구매 조직과 책임자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 구매 전략을 짜지만 ‘저비용’ 구매 전략에만 머물러서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B4E(Business for Environment) 글로벌 서밋 행사 참석차 방한한 액센츄어 조나단 라이트(Jonathan Wright) 대표는 ‘지속가능한 구매 및 확장되는 그린 공급망’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CPO 역할변화와 지속가능한 구매 전략을 위한 성공 요인을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세션에는 토마스 린튼 LG전자 CPO, 게리 빌(Gary Veale) KPMG 리더 등이 참석했으며, 전세계으로 구매 혁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라이트 대표의 주장에 공감했다고 액센츄어측이 전했다.

 이날 라이트 대표는 CIO BIZ+와 단독인터뷰를 통해 “구매 책임자들의 역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단순히 조달 제품의 비용 관리가 아닌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보다 적극적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적인 생태계가 아닌 거시적 차원에서 전 세계적인 규제 강화와 기업들의 친환경 전략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배양하는 주체로서 CPO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라이트 대표가 국내 기업들에 던진 핵심 화두다.

 적기 조달과 저비용 등 실물 소비자로서 전략가에 머무르지 않고, 신뢰성 있는 자원을 통해 친환경, 글로벌 역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적극적인 생산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트 대표는 “현재 CPO들이 CEO와 CFO에게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보고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지표가 고려된 보고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해당 기업의 자원이 되는 모든 제품의 관문 책임자(Gate Keeper)로서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 내에서 CPO들에 대한 평가가 비용절감 능력에 국한돼 있다. 라이트 대표는 “단기적 비용소모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하는 CPO들이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라이트 대표는 기업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구매를 실현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로 △경영진의 정책적 지원 △엄격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인적 역량 향상을 꼽았다. 예를 들어 ‘친환경 재료 구매’의 경우 실무자들이 아닌 경영진 차원의 비전 설정과 뚜렷한 정책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실무자의 노력이 저비용을 고집하는 경영자의 정책과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라이트 대표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비용에 맞추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며 “실무자들의 핵심성과지표(KPI)를 기존의 구매 업무 성과가 아닌 친환경 가치에 맞춰 재설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거버넌스 확립이 필수적이다. 경우에 따라 주주들에 의한 최종 구매 의사결정이 실제 기업 내부의 지속가능한 구매 전략을 실천하는데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는 등 기업 내 다양한 의사결정 체계를 지속 가능한 구매전략에 일원화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용 협상자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성장비전과 구매전략을 일치하도록 할 수 있는 구매 전략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라이트 대표는 국내 LG전자가 친환경 요소를 제품에 잘 녹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좋은 사례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또 지속가능한 구매를 위해 특히 엔드투엔드(End to End), 즉 기업의 조달 구매에서부터 R&D, 생산, 물류, 판매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관리(SCM)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확한 기록에 근거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라이트 대표는 “소비재, 하이테크, 유통, 여행 산업 등 각 산업군별로 각기 다른 지속가능한 구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종 규제와 정책, 소비자 취향, 소비자 행태, 경쟁자 동향, 주주가치별로 분류한 요소들을 각 산업군별로 각기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호주 등 아태지역 SCM 총괄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라이트 대표는 글로벌 SCM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라이트 대표는 “실제 많은 기업들이 경기 침체 이전에 확장된 SCM을 고민하고 있었으나 경기 침체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다”면서 “경기 침체의 발원지였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에 사업 구도와 기업경쟁력의 중심축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SCM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기존의 물류와 판매 영역에서 벗어나 구매부터 유통 채널에 이르는 확장 SCM 역량 확보가 모든 기업들의 화두로 등극했다”며 “특히 소비재 제조 기업들이 유통 채널과의 협업을 통한 수요관리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으며, 지역별로 특화된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프로세스와 저비용 글로벌 표준 백오피스 프로세스를 혼합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P&G를 소비자들의 특화된 수요와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잘 혼합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한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한편 라이트 대표는 국내 SCM 수준에 대해 “아태지역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성숙한 수준이지만 아직 경쟁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글로벌 SCM 역량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국내 기업들의 SCM 전략에 있어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신흥국가 지역에서 SCM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