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A구청의 CCTV 담당 공무원은 요즘 고민이 많다. 시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라는 사업 지시와 함께 58억원의 예산까지 배정했지만 실제 시스템 도입 비용의 약 60%대여서 나머지 예산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시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가 최근 자치구를 대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스쿨존이나 방범 취약지역에 영상보안시스템을 확대하는 사업 지침을 내렸지만 대다수 자치구들은 서울시의 지침을 A구청 담당 직원처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영상보안시스템을 구축하려면 CCTV 이외에도 데이터 전송을 위한 저장 장치와 전송네트워크 등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는 CCTV 예산만 지원할 뿐 나머지 부대시설 도입 비용을 각 자치구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영상보안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이 반쪽자리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A구청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탓에 별도 영상감시시스템 구축 예산을 책정하기가 어렵다”며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영상감시스템 확충 사업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B구청 관계자는 “영상감시스템 확대 사업을 총괄하는 시 혹은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실제 구축해본 적이 없어 감시카메라외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모른다”면서 “현재 정부 영상감시시스템 설치 사업은 감시카메라 대수 별로 예산을 지원하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에서는 방범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고화질 감시카메라를 도입하는 것을 권고하는 데 이 경우 저장용량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저장장치 증설도 필수”라면서 “자가망을 쓰지 않고 사설 통신업체의 회선을 쓰면 CCTV 영상 전송회선을 깔고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영상보안기업 한 관계자는 “서울시 지침이 내려온 이후 각 구청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고화질 영상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며 “예산은 이미 정해진 상태라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자치구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감시카메라 도입을 늘릴수록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어 영상보안시스템 확충사업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행 반쪽 짜리 예산 지원체계로는 영상감시시스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평생교육담당관 관계자는 “정부가 감시카메라 댓수 기준으로만 영상감시시스템 지원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감시카메라 이외 비용은 지자체가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 예산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서울시도 자치구에 예산을 부족하게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