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국가 신용 위기로 약세에 빠진 유로화 덕분에 슬로바키아·폴란드에 진출한 우리 LCD모듈 부품·소재 기업들의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유로에 2000원이 넘던 환율이 최근 1400원대까지 떨어졌다. LCD모듈이 가진 노동집약적 생산 공정 때문에 현지 화폐가치가 높을 수록 임금은 더 큰 무게로 현지에 진출한 우리 업체를 압박했다. 더구나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의 실업률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리 기업들은 임금 부담이 아무리 높아져도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짧은 기간동안 30% 가량의 유로화 가치 하락이 현지 임금 부담 축소로 이어졌다. 세계적 경기 침체 이후 늘어나는 실업률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환율과 실업률이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에게 당장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늘 변동성을 가진 이들 데이터만 갖고 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부족한 일이다. 끊임 없는 생산 공정 혁신과 현지 근로자들에 대한 재교육과 생산 효율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경기 회복이후에 환율이 아무리 치솟아도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북미와 함께 우리 LCD 제품의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양대 기업의 현지 진출 협력사에 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도 그만큼 중요하다. 환율과 실업률이라는 일시적 변동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경기회복 후 유럽시장의 전체적인 시장 확대 상황을 먼저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을 높이는 것이고, 그 다음이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