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소 1000억원 넘게 흑자 내는 게 목표"

"올해는 최소 1000억원 넘게 흑자 내는 게 목표"

 남인석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말이 있다. 바로 ‘3P’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긍심(Pride), 업무 추진에 서는 전문가(Professional)처럼, 이를 바탕으로 한 회사와 직원의 이익(Profit)을 뜻하는 말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경영방침답게 필요한 말은 다 들었지만 정작 이익은 맨 나중이다. 회사의 설립 목적은 이익추구다. 중부발전이 공공기업이긴 해도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이익추구가 필수다. 하지만, 남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중부발전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겠죠. 수익은 그 다음입니다.”

 남 사장이 첫손에 꼽는 건 바로 자긍심이다. 직원들이 국가의 중대한 기간사업인 전력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갖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긍심은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합니다. 하지만, 자긍심은 제가 쥐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달성하는 것이죠.”

남 사장은 자긍심이 비전을 제시하는 CEO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남 사장은 요즘 중부발전의 중장기 비전을 마련 중이다. 수정작업을 거쳐 올해 말쯤 2012년 중부발전의 미래를 담은 비전을 직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올해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에 860억원대였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 사장의 말처럼 올해 1000억원의 흑자는 무난할 전망이다. 2011년엔 해외에서 100억원가량의 로열티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전소 운영에 따른 기술료, 타당성 조사 등에 따른 수익이 있게 된다. 2012년에는 300억원 규모다. 2020년에는 사업규모가 국내와 해외가 동일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중부발전은 이미 발전 자회사 중 해외 사업 진출에 처음 성공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6년 발전회사 최초로 국제컨소시엄을 통해 수주한 인도네시아 치레본 발전사업이 좋은 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치레본 지역에 총용량 660㎿급 유연탄 화력발전소를 건설, 3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국내 표준석탄화력인 초임계압발전 기술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기도 하다.

 또 인도네시아 왐푸 수력발전사업과 머라우케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대규모 운영 및 정비(O&M) 사업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해외 진출 5개년 계획도 세워놓았다.

 “세계 경제는 불황이지만 이때가 오히려 해외사업 진출의 호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급적 자본이 투자되지 않는 용역사업과 O&M 사업 위주로 사업을 발굴하죠. 충분한 경제성과 타당성이 있는 사업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저성장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데 비해 동남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에너지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발전사업 진출기회가 많아 동남아 지역 외에도 중남미·아프리카 및 러시아에서의 발전사업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지역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진출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2012년부터 시행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에 대한 채비도 갖춰야죠.”

 남 사장은 우선 탄소배출권 확보에 힘을 쏟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배출권 확보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매스 사업과 수력발전을 활용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과 유관기관의 동반진출로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부발전은 이미 2005년부터 태양광과 풍력·소수력 등 약 27㎿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국제 CDM 사업으로 등록해 연간 4만3427톤의 탄소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강화조력과 강원·제주지역 대단위 풍력발전사업, 폐기물 고형연료(RDF)를 이용한 익산 열병합발전 건설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발전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중장기 성능개선 △저탄소 발전 전원 확보를 위한 신규 전원사업 확대 △태양광·연료전지 등 녹색에너지 기술 분야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남 사장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급한 건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중부발전이 5개 발전사 중 가장 비쌉니다. 적어도 중간은 돼야죠.”

 실제로 중부발전의 발전원가는 1㎾당 89원 정도다. 다른 발전회사와 10원 가까이 차이 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엄청나다. 이를 80원으로 10%가량 낮춘다는 설명이다.

 남 사장은 2012년까지 제조원가를 5개 화력발전 자회사 중 최저 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번째로 높은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발전원가 부담을 줄이는 것은 결국 연료 구입비와 정비 비용, 관리비용 등 결국 제반 비용을 아껴야 가능합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죠.”

 남 사장 취임 후 중부발전은 처음으로 부처장급 승진대상자 교육을 했다. 인재를 중시하는 그인지라 교육을 실무적이고 알찼다. 직원들의 평가가 좋은 건 당연하다.

 남 사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꼴로 실시하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미래 지향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글로벌 인재를 발굴·양성하기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남 사장은 이러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인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인사 청탁이 있어도 능력이 있어야 승진시킨다는 원칙이다.

 “중부발전은 상당히 경직된 조직입니다. 창조적인 사고가 끊임없이 필요하죠. 이는 경직된 중부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게 할 것입니다. 발전산업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가지고 일하고 싶습니다.”

 ◆ 중부발전의 해외사업

 해외사업은 다섯 쌍둥이인 발전회사 중 중부발전을 특징짓는 대표 사업이다. 중부발전의 해외발전 사업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부발전은 일본의 마루베니 상사,한국의 삼탄,인도네시아 현지업체와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해 수주를 해냈다.

 그간 발전 자회사의 경우 KEPCO(한국전력)와 동반 진출하도록 돼 있던 구조에서 독자적으로 해외발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치레본 석탄화력발전소는 660㎿ 규모로 2011년 완공해 30년간 운영 및 정비까지 도맡는 사업이다. 이는 국내 발전회사 중 최초 해외 독자진출 사업이자 국내 표준석탄화력인 초임계압발전 기술이 처음으로 해외진출한 사례기도 하다.

 레바논 복합화력 운영사업은 규모가 870㎿로 더 크다. KEPCO와 공동으로 참여하며 운전 및 정비(O&M)방식이다. 레바논 전체 전력설비 중 38%를 차지하며 2006년 2월 중부발전 전문인력들이 파견된 이후 설비이용률이 급격히 향상되고 고장률이 현격하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발전소 정비기간도 기존 92일에서 45일로 단축시켰다.

 중부발전의 해외 사업은 주력사업인 화력발전소 운영뿐만 아니라 그린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해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인도네시아 왐푸 수력발전 사업은 2012년 말 완공예정이며 건설 후 25년간 운영도 담당한다. 15㎿급 3기로 구성되며 물길을 완전히 막지 않고 수로를 따로 만들어 발전하게 되는 댐수로식 발전소로 건설될 예정이다.

 발전소 운영에 따른 발전수익 외에도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한 CDM 사업으로도 추진, 추가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사업은 팜 오일 부산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바이오디젤 설비와 정제소, 발주업체인 팜오일 산업 클러스터 내에서 필요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장려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열대 과일 부산물을 비롯한 다른 바이오매스도 사용토록 설계했다.

 중부발전은 발전소 운영과 그린에너지 분야 외에도 기술자문 용역도 수행하고 있다.

두바이 제벨알리 프로젝트는 두바이 전력청이 발주했으며 EPC 계약자인 현대건설에 발전소 시운전과 기술자문, 운전원 교육 등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 1월부터 시작한 두바이 민자담수발전소 용역은 삼성물산이 EPC 계약자로 중부발전이 컨설팅 서비스를 하게 된다.

 몽골 달란자가드 발전소 기술평가 용역은 현장방문 및 공정보고, 기술용역보고서, 운영감리수행 등이며 한국수출입은행이 발주했다.

 중부발전은 달란자가드 발전소의 표준화를 위한 기술평가계약을 체결하고, 발전소 운영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발전소 성능 개선을 위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했다.

 실제로 몽골의 달란자가드 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00년 한국의 경제개발합작기금으로 지어졌으나 이후 9년간 시설투자 등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력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 남인석 사장은

 남인석 사장은 1956년 나주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정밀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대학 졸업 전에 기술고시 13회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을 걸었다.

 태국 AIT대학원 산업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전북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과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기술혁신평가국장,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정책국장, 기술표준원장을 지내면서 기술개발과 표준정책에 관한 전문가로 통한다. 이를 인정받아 재직 시절에 대통령 표창과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키도 했다.

 평소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소통은 경청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남 사장은 늘 CEO는 참을성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하 직원들의 얘기를 끝까지 참고 들으라는 말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팀장급 이하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한다. 그만큼 직원과의 거리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표준원의 후배 공무원들은 퇴임하는 그에게 공직근무기간 중 업적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중부발전에 와서도 그의 성정은 그대로다. 취임 이후 전 사업장을 다 돌아다니며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까지 모두 인사를 나눴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스마트폰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