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전문가 기고]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지금까지 산업의 진화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타나 기존 것을 물리치고 선택받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이종 간 산업들을 결합해 융합산업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전자상거래·전자 금융· IPTV140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스마트그리드108가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융합산업은 순기능만큼 악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과 이러한 영향에 대한 예측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예를 들어보면 신재생 발전원이나 전기차가 늘어나면 그 예측불가 발전량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스 화력 발전기로 보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쪽에서 친환경을 하는 것이 다른 쪽에서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리 정확히 알겠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 진화 과정에서는 시장 기능이 대부분 문제 해결의 원천이었고 참여자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작아도 됐다. 시장은 참여자 간 욕망의 충돌로 인한 경쟁, 자연선택 등을 기본 요소로 움직이며 경쟁과 선택은 수렴이 될 때까지 반복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운영된다.

 반면에 스마트그리드와 같이 창조되고 있는 융합산업 중 특히 규제가 필요한 공공 인프라 산업은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해야 하고 규제자가 각 참여자 간 이해를 조율해야 한다. 이런 산업에서는 창조자와 규제자, 양쪽 모두 더 똑똑해지고 더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연 결정으로 해결될 일을 사람이 다 해내야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의미로는 전문가 양성, 전문가의 결정권 강화와 같은 인적 투자 중요와 인간 중심 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창조자와 규제자 모두가 갖출 능력은 창의력·상상력·세부적인 파악·발견적 문제 해결 감각 등이다. 이러한 능력은 R&D에 의해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연구를 통해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배양되며 개발에 의해 상세한 기술문제의 파악이 가능하고 해결점에 빨리 다가가는 감각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모두 기계 시스템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점을 간파하자.

 규제 측면에서 생각할 것은 허가와 같은 형태의 규제보다 조율과 같은 일의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 메커니즘은 새로운 선택과 경쟁의 균형 도달이 반복해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반면에 지금까지의 규제 기관의 규제는 한 번 결정한 것을 굉장히 오랜 기간 유지하며 외부 요인 변화를 수렴해 변경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규제를 조번석개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상상이 가능한 수준에서 완벽을 기하고 반복해서 개정이 될수 있는 형태로 규제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기존 허가 위주의 규제에서 불가한 사항을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589로의 전환, 규제 일몰제와 같은 규제의 한시화가 필요하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할 일은 전문가의 참여와 결정권의 강화인데 이것이 시장 체제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증가에 대응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창조에 있어서 창조물의 생사 여탈권은 규제라 할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새로운 창조산업의 번성을 위해서 정부에 부탁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국가 R&D사업의 인적 중심 체제로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국가 R&D는 자본 투입에 대한 생산력 증대와 같이 개별 기업이 담당해야 할 돈벌이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주축이고 진정한 의미의 리서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체제하에서는 기계의 능력만 늘어나지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지는 못한다.

 두 번째, 정부 규제의 선진화다. 규제의 유연화와 전문가의 결정권 강화가 그 핵심이다. 단순 암기나 모방과 같은 구 시대의 지적 능력으로는 기술을 타고 날아 다니는 상상력을 결코 잡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으로 민간 출신 전문가가 임명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기대가 크다.

 윤용태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ytyoon@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