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불편한 관계 언제까지 갈까

 “아이폰을 들여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이슈를 던졌지만 KT가 얻은 이득은 없다. 시장을 선점했다는 무형의 이미지는 있지만 삼성전자를 잃은 것은 큰 손해다.” 제조사 한 고위임원이 현재 진행형인 KT와 삼성전자의 불편한 관계를 두고 한 말이다.

애플 아이폰이라는 ‘금단의 사과’를 깨문 KT와 삼성전자의 갈등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해외 오픈마켓과 달리 이통사업자 중심이다.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이통사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에 목을 메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하고 있는 제조사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있긴 하지만 기싸움에서 시장 주도권은 ‘을’로 넘어올 수 있다.

이석채 회장의 추진력과 결단력은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찬사를 얻었다. 스마트폰 붐을 일으켰고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모바일 금융 시장에 변화를 몰고 왔다. 하지만 ‘삼성·SKT’라는 연합군을 만들어냈다.

KT가 아이폰 도입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후속 모델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올 초 벤처기업 신년하례회에서 “차세대 아이폰(4G)을 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KT측은 곧바로 “진행중인 협상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점유율 50%는 ‘갑’도 움츠러들게 만든 셈이다.

KT의 2분기 스마트폰 라인업을 보면 삼성전자 제품은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KT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은 출시 계획이 전혀 없다”며 “상반기에는 일반 휴대폰 몇 종류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아이폰으로 어긋난 KT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불쾌한 것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KT가 아이폰에 몰두하면서 쇼옴니아를 이 회장 표현대로 스스로 ‘서자’ 취급했다는 것이다. KT가 주장하는 제조사 정책장려금 차별 문제도 오히려 이통사 보조금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송훈석 국회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SK텔레콤이 T옴니아 판매를 위해 쓴 보조금은 1477억인 반면 KT가 아이폰에 쓴 보조금은 1660억원으로 나타났다.

KT 고위 관계자는 “쇼옴니아를 많이 팔아야 하는데 모든 면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제조사 정책장려금은 휴대폰 판매량에 있어서 절대적인 만큼 삼성전자와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삼성전자와 SKT는 더욱 똘똘 뭉치는 형국이다. SKT는 이번주 갤럭시A를 시작으로 바다폰 웨이브까지 줄줄이 예약 대기를 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출시는 SKT에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갈등의 골은 앱스토어에서도 나타났다. SKT T스토어에는 삼성전자 T옴니아 전용 앱스토어인 ‘삼성앱스’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지만 KT 쇼스토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아이폰으로 생채기는 냈지만 T옴니아가 50만대 가량 판매되면서 효과도 있었다”며 “삼성이 굳이 KT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점유율 50% 이상 가져가는 SKT와의 공조로 국내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뚝심’ 이석채 회장 손으로 해결의 열쇠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KT가 이번 갈등의 골을 어떻게 헤쳐나올지 주목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