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에 처음 입학하는 한국인으로서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기대감에 가슴이 설랩니다.”
유영석(30)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융합기술 기반의 미래학 교육기관인 ‘특이점 대학’(2009.8.13 전자신문 기사참조)의 치열한 관문을 뚫어낸 첫번째 한국인이다.
대학 창립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류가 직면한 가난과 질병, 환경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데 과학기술과 지혜를 집중하는 교육기관을 지난 여름 최초로 설립했다. 유영석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의 CEO를 목표로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던 중 특이점 대학을 알게 됐다.
그는 특이점 대학이 내세우는 야심찬 비전, 인류의 거대한 도전을 수행할 미래 지도자를 키우겠다는 목표에 마음이 뺏겼다고 말한다. 바이오, 컴퓨터, 나노공학 등 다양한 첨단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최고 석학들이 교수진이란 사실도 매력적이다.
“경영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리더를 키우고 세계 각국의 똑똑한 학생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특이점 대학의 매력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서 인류복지에 도움이 되는 지식기술 포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대학졸업 이후 한국 외무부에서 뽑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5인에 선정돼 UN 재난관리팀에서 일했다. 이 때의 UN 근무를 통해서 유씨는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키웠다고 회상한다. “아이티 지진같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제기구가 제 때 개입을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정부기관의 운영체제가 복잡한 상황변화를 수용하기에 너무 경직되고 느리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가단위의 재난이 났을 때 필요한 시간 내 위성영상을 입수하지 못한다든지 해당 국가의 법체제가 엄격하다든지 하는 문제로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유씨는 “국가행정분야에서 제공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정보마켓이 생기면 개도국의 상황도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이점 대학의 과정을 마칠 때면 조별로 새로운 창업을 해야 하는데 제 꿈은 국민들이 행정분야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보포털시스템을 각국에 제공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비우주인 고산씨와 함께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오는 6월부터 특이점 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10주 과정의 융합기술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유영석씨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못하다. 문제는 2만5000달러에 달하는 등록금이다. 삼성종기원에 소속된 고산씨와 달리 유씨는 젊은 취업준비생에 불과해서 매칭펀드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격고 있다. “국내에서 후원기업이 나타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특이점 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아시는 분들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어쨓든 한국인 최초의 특이점 대학생으로서 인류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죠.”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