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6톤 이상 대형트럭 신차판매 시장은 연간 1만2000대 규모다. 그 중 수입차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럭이 스카니아(SCANIA)다. 볼보, 사브와 함께 스웨덴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카니아는 한동안 사브와 한 식구였고 지금은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후반, 아시아자동차가 3시리즈 모델을 공식 수입 판매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카니아 트럭에는 P, G, R시리즈 등이 있는데, 그 중 R시리즈는 승용차로 말하자면 벤츠 S클래스 정도에 비유할 수 있는 스카니아의 기함 격 모델이다. R시리즈는 2004년에 처음 출시됐고, 지난해에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올해 3월부터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만대가 넘게 판매된 기존 모델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고객 요구사항들을 적극 반영해 개선한 것이 신형 R시리즈의 특징이다.
우선, 외관이 더욱 다이내믹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바꿔 냉각성능을 향상시켰고, 차체 정면, 측면의 라인을 통일하는 등 크고 작은 부분을 손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실내는 트럭 안에서 장시간 생활해야 하는 운전자들의 사용환경에 더욱 최적화되었다. 실내 소재를 고급화했고 동선에 따라 편리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수납공간을 늘렸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고품격 소재의 커튼, 매트, 시트커버도 비치했다. 운전석 뒤편에 마련된 수면용 매트리스는 스웨덴 최고급 침대제조사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155㎜ 포켓스프링이 들어있다. 식사를 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 무드 조명, 컵라면을 끓여 먹는데 활용할 수 있는 커피메이커 등도 눈에 띈다.
전진 14단, 후진 2단인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의 구조를 바탕으로 전자 제어되는 자동변속 시스템을 갖추었다. ‘옵티크루즈’라 불리는 이 사양은 공압식으로 작동되는 경쟁사의 유사시스템과 달리 전자유압계통을 이용해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운전대 옆의 작은 레버 하나로 변속 조작과 리타더로 불리는 보조 브레이크를 모두 제어한다.
이와 함께 뉴 R시리즈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카니아 드라이버 서포트(Scania Driver Support)’ 다. 이 시스템은 차 안에 상주하고 있는 운전 코치에 비유된다. 차량의 주행 환경과 운전자의 조작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적절한 운전정보와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운전자가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전 스타일을 습득하도록 도와준다. 언덕길 운전, 예측 운전, 제동장치 사용, 기어 단수 선택 등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게임을 하듯이 운전자의 조작을 점수로 평가해주고,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운전 법까지 친절히 설명해 줌으로써 운전자의 흥미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30년 동안 같은 구간에서 트럭을 운전하고 있는 베테랑 운전자조차 이 시스템의 사용을 통해 11%의 연비향상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평균속도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니, 효과가 훌륭하다. 이 시스템의 개발은 운전자의 연봉을 포함한 트럭의 연간 유지비용 중 27% 정도가 연료비로 지출된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유럽에서는 트럭 운전자들이 법적으로 의무교육을 이수하도록 되어있는데, 이것만으로도 10% 정도의 연비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교육의 효과가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연비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스카니아 드라이버 서포트는 바로 이러한 교육 효과의 감소를 막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된 셈이다. 이를 통해 올바른 운전을 유지하면 연료비뿐 아니라 수리비와 타이어 비용 등 부수적인 지출까지도 함께 줄일 수 있게 된다. 국내 시판되는 신형 R시리즈에는 한글화된 드라이버 서포트 기능이 제공되고 물론 이와 관련된 운전교육도 받을 수 있다.
스카니아 뉴 R시리즈는 유럽에서 ‘2010년 올해의 트럭(International Truck of the Year 2010)’으로 선정되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