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이제 포르쉐는 2인승 로드스터인 박스터와 쿠페 카이맨, SUV 카이엔, 대형 세단 파나메라 등 꽤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은 세계 최강의 스포츠카인 911이다. 그리고 다시 911에는 무려 16가지, 혹은 그 이상의 세부모델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GT2와 GT3 같이 레이스의 혈통을 이어받은 모델도 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도로용 포르쉐 스포츠카는 911 터보다.
동그란 헤드램프, 완만하게 내려오는 지붕선, 떡 벌어진 엉덩이에 얹은 강력한 터보 엔진,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 그리고 커다란 날개가 돋보이는 최신형 911 터보를 만났다. 2004년 등장한 997형 911 터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최신 911 터보의 변화된 부분을 살펴 보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3.6리터 수평대향 엔진의 배기량을 3.8리터로 늘였고, 최신 엔진 기술인 직분사 시스템을 더했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은 무려 500마력에 달한다.
2년 전에 선보였던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7단 PDK도 911 터보에 처음 적용되었다. 내부에 두 개의 변속기를 가지고 있는 셈인 PDK는 변속 충격이 전혀 없으면서, 동력 전달 효율이 수동 변속기와 같아, 편리함에다 성능과 연비까지 동시에 잡은 변속기다.
결과적으로 0∼100㎞/h 가속 시간을 이전의 3.7초에서 3.4초로 단축시켰고, 최고속도는 310㎞/h에서 312㎞/h로 끌어올렸다. 가속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며, 마치 앞쪽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돌진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속력은 무려 2배가 넘는 가격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과 동일한 세계 최고 수준의 가속력이다.
3.4초 만에 100㎞/h까지 가속하려면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르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오른 발로 엑셀을 끝까지 밟고 있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로켓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력을 맛보게 된다.
좌우의 패들을 당겨서 기어를 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시프트 패들은 기존의 팁트로닉 대신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출발하면서부터 수동모드로 급가속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수동모드에서는 회전수가 레드존에 이르면 연료 차단이 이루어지는데, 1단에서 급가속하면 불과 1, 2초 만에 회전수가 레드존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정확한 순간에 변속 패들을 당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프트 패들은 주로 2, 3, 4단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게 되는 서킷에서 제 가치를 발휘한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노란색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란색 캘리퍼는 옵션으로 장착한 포르쉐 콤포지트 세라믹 브레이크(PCCB)의 상징이다. 극한의 성능을 요구하는 레이싱카에서 가져온 PCCB의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은 911 터보를 극한의 속도로 내몰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이처럼 강력한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터보에도 일상적인 사용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다양한 편의성이 확보되었다. 서스펜션을 노멀 모드로 선택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고, 멋진 사운드를 제공하는 보스 오디오에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연결해 간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최대 15도까지 회전하면서 진행 방향을 밝히는 코너링 라이트와 국내에서 장착한 터치 스크린 네비게이션도 마련되어 있다. 더욱이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스포츠카로서는 드물게 연비가 약 7.7㎞/ℓ에 이른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