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2-금권천하
1933년 11월. 네덜란드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작은 책자가 발간됐다. 그 책은 록펠러 2세, 헨리 포드 등 미국 최정상 기업가와 금융가들이 히틀러 집권을 전후해 JP모건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을 통해 나치 정권에 3200만달러(약 357억2800만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얼마 후 이 책은 금서로 지정돼 판매 금지됐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인 우리는 ‘돈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제를 매일 몸으로 느끼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본 본위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 프랑스 혁명, 이스라엘 건국, 전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히틀러의 집권, 영국정보국과 CIA 탄생 등 전 세계 역사적인 사건 배후에 어김없이 국제 금융가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
1983년 8월 옛 소련이 대한항공(KAL) 007기를 피격한 사건 역시 금융 권력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KAL 007기에 탑승했던 로렌스 패턴 맥도널드 미국 하원의원을 겨냥해 비행기를 폭파시켰다는 것이다.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맥도널드 의원이 세계화나 금융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소신을 피력하고 그 이면을 폭로하려하자 국가 금융가문들이 그를 제거했다는 얘기다.
이 모든 혼돈의 끝에는 세계 단일화폐가 자리한다. 저자는 미국과 유럽의 베이비붐 세대의 노화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부채가 필연적으로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금융 엘리트들은 미국의 파산·면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 단일화폐로 새출발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제시한다. 그 전략은 물론 미국 국채를 손에 가득 쥔 중국을 비롯해 땀흘려 외화를 벌어들여 온 수출 중심 국가들의 손실이 배경이 된다. 화폐전쟁 1권에서 전 세계 금융 위기를 예견해 유명인사 대열에 오른 저자가 제시한 미래가 예사롭지만은 않게 보인다.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