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오은선 대장이 지난 27일 오후 6시 15분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정상을 정복함으로써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완등했다.
히말라야 14좌 정상 정복은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이자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 이후 남녀 통틀어서도 스무 번째의 쾌거다. 오 대장은 2000년 7월의 엄홍길, 2001년 박영석, 2003년 한왕용 대장에 이어 한국 산악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완등에 성공, 한국은 가장 많은 산악인이 14좌를 정복한 나라가 되었다.
오 대장의 히말라야 등반 계획은 97년 가셰르브룸 2봉 등정부터 13년간 계속돼 왔다. 2004년 5월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올랐고, 2008년 5월과 2009년 5월에는 많은 등반객들이 희생돼 ‘마(魔)의 산’으로 불리는 K2(8611m)와 캉첸중가(8586m)를 포함해 한 달 새 히말라야의 고봉 두 개씩을 정복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오은선은 1966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대학 1학년 때 수원대 산악부에 가입하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1993년 에베레스트 한국 여성 원정대에 참가하면서부터 히말라야 정복의 꿈을 키워왔다. 155㎝, 48㎏의 작은 체구인 오 대장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파사반느, 오스트리아 칼텐브루너 등 내로라하는 유럽의 여성 산악인들을 제치고 세계 산악계에 진정한 작은 거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히말라야는 아시아 대륙 남부에 위치한 고산지대로, 파키스탄, 인도, 북부 네팔, 부탄, 중국 티베트 남부에 이르는 총 길이 2400㎞의 산맥이다. 히말라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눈’을 뜻하는 ‘히마’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라는 단어가 결합된 합성어로, ‘눈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오 대장이 마지막으로 정복한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는 총 길이가 무려 5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래킹 코스이지만, 동시에 히말라야에서 가장 잔인한 산 중 하나로 통한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한국 산악계에 가장 큰 수확을 안겨준 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