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마저…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연쇄 부도사태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데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경제규모 면에서 금융시장이 받아들이는 체감 충격이 그리스나 포르투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스페인 너마저...”=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이날 “스페인이 장기간에 걸쳐 경제성장 둔화를 겪을 것으로 보여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단계 강등했다.

이로써 스페인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월이래 1년 3개월만에 다시 하락했다. 경제규모가 1조6천억 달러로 유로존 4위인 스페인은 20%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주택시장의 붕괴,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유로존에 연쇄부도 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으로 간주돼 왔다.

2000년대 초까지 스페인 경제를 떠받쳐온 건설경기가 붕괴되면서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 경기 침체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3.6% 위축됐으며,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1.4%까지 치솟았다.

국가부채 규모는 4조9천억달러로 GDP의 342%에 달한다.

S&P도 이날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스페인의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주택 및 건설경기의 거품 붕괴를 꼽았다.

◇연쇄 부도 불안감 엄습=스페인의 이날 신용등급 강등이 곧바로 국가 부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전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2단계 강등에 비해 훤씬 크다.

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로 추락시키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한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이틀째 하락했다.

유로존에 포함되지 않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주가지수는 0.30% 하락에 그쳤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1.22%,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1.5%나 하락했다.

전날 유럽 주요 증시 하락폭인 2.61~3.82% 보다는 줄었지만 이날 증시 마감 직후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로존의 연쇄부도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부도위험국가인 이른바 ‘PIIGS’ 국가로 분류됐던 국가 가운데 그리스는 구제금융 지원 절차를 밟고 있고 포르투갈,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번 사태로 출범 11년을 맞은 유로화가 11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위기 확산 차단’ 나서=그리스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그리스 지원의 중요 당사자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회담한뒤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안정이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독일도 그리스 구제를 위해 “독일의 몫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그리스의 엄격한 긴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해 그리스에 대한 불신을 내비쳤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모든 일들이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EU 전체에 큰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그리스 지원에 대한)매우 빠른 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독일 의회의 신속한 승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나름대로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13년까지 500억유로의 공공지출을 줄여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국제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질 경우 외부의 도움없이 자체적인 힘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