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시’가 27일 메가박스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양미자(윤정희 분)와 이런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 세상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상처를 진솔한 화법으로 그렸다는 평이다. 영화는 시와 꽃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폭력적인 세상의 시선과 언사에 어떻게 짓밟히고 외로워지는지 보여준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자극적인 장치는 하나도 없이 단출하다.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사는 미자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면서 난생 처음으로 시를 써본다. 이후 시상을 찾기 위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하지만 아름다운 것이고 삶의 의미인 것을 말한다”며 “그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와 함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