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정보 합동학술대회(JCCI)는 20년 전 당시 젊은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강력한 의지의 결집이었습니다. 정보통신 학술 인프라가 일천했던 시대에 국제적 기준과 운영방식을 적용함으로써, IT강국코리아 실현에 작지만 꼭 필요한 힘을 보탰다고 자부합니다.”
국내 최대 정보통신분야 학술대회가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충남 안면도 오션캐슬에서 개최되고 있다. JCCI는 한국통신학회·대한전자공학회·한국정보과학회·한국정보지리학회·한국정보보호학회 등 국내 통신정보 각 분야의 최대 학회들이 공동으로 만든 합동학술대회다.
우리나라에도 논문 품질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학술대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작된 이 학술대회가 올해로 20돌을 맞은 것이다.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59·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는 창립 첫해인 1991년부터 3년간 5개 학회가 참여한 JCCI의 조정위원장을 맡은 JCCI 태동의 일등공신이다.
잠시 학계를 떠나 약 2년간 정부에 몸담았던 이 교수는 20년 전 JCCI 발족 당시와 지금의 한국 ICT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여전히 연구 역량의 강화는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동료 정보통신 전문가들과 함께 JCCI 창립 준비를 시작한 것은 1988년이었습니다. 당시는 국내에 통신기술과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시기로, 퀄컴과 제휴해 CDMA 디지털 셀룰러 기술의 개발이 시작된 것도, 전자교환기 ‘TDX’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상용화하던 시점도 이 때입니다.”
한 국가가 연구역량을 갖추려면 재정과 연구결과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논문으로 문서화해서 전문가들에게 엄정하게 평가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IT 산업은 지난 20년간 산학연관의 단합된 추진력과 정열에 의해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요즘은 정보통신(IT, ICT) 분야가 기술개발과 산업의 성장도에서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면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등이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분위기를 맞고 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점입니다. 사실 정보통신 분야가 융합시대를 맞아 타 산업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 진흥 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결과적으로 정보통신 산업이 위축되고 정보통신인의 사기가 하락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년의 성과를 되새기면서 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인의 전열을 가다듬어 새로운 20년을 위한 재도약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그리드 등 새롭게 출현하는 기술들에 대한 선도적 연구 투자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JCCI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들을 학계 연구계가 적극 수용하고 연구 역량 강화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당 세션을 확대하는 등 각종 돌파구 마련에 앞장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