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의 정보통신기술(ICT) 공약의 밑그림은 크게 무료 모바일 인터넷 지역 확대와 일자리 정책으로 압축된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촉발된 모바일 빅뱅은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됐다. 시민의 편의를 위한 무선 인프라 확충과 함께 스마트폰 생태계 구축을 통한 일자리 정책도 앞세우고 있다.
일부 후보의 공약엔 개인이 소유한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를 개방하면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준다는 등의 획기적인 정책 제안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이나 법적 규제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 서울 시장인 오세훈 한나라당 예비 후보는 민선 4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선 인터넷 지역의 점진적 확대를 내용으로 한 IT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최근 대학로·신촌·압구정동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시내 공공무선인터넷 지역 25곳을 추가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청계천·서울숲·을지한빛거리·인사동 4개 지역을 공공 무선인터넷 지역으로 신설·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하철 역사에 단계적으로 공공 무선인터넷을 설치하고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는 무료 PC방인 ‘인터넷 정보센터’를 운영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원희룡 한나라당 예비 후보는 와이파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와이파이망 개방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자신의 와이파이를 개방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쓰게 하는 방안이다. 원 예비후보는 또 그린IT를 이용한 폐에너지 회수 방안과 친환경 자동차 구입 지원도 포함됐다. 여기에 매출이나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가젤형 기업’을 육성해 4년간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도 준비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개방과 공유를 뜻하는 웹 2.0에 정부를 결합시킨 ‘거버먼트 2.0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공익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동시에 공공 영역의 업무효율성과 투명성도 함께 높일 계획이다. 우선 교통, 환경, 교육, 지역, 인구, 범죄 등 서울 시정에 관련 주요 통계와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IT와 문화콘텐츠(CT) 활성화로 일자리를 늘리고 무료 와이파이존을 확대 설치한다는 계획은 현 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한명숙 민주당 예비후보는 ‘희망벤처펀드’를 조성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김효석 의원이 서울시를 세계 최강의 무선인터넷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한 예비후보 캠프에선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무선인터넷 공약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취임 100일 이내 서울 경기 지역 내 모든 버스와 지하철을 움직이는 핫스폿으로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모든 거주 지역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노 후보 캠프는 최근 발표한 IT산업 야간 근로 실태조사에 따라 창조적인 활동을 저해하는 야근 등도 근절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무선 인터넷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도 극명히 갈렸다. 후보들은 무선 인터넷으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사기업의 손실보다 크면 얼마든지 무선 인터넷을 도입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내걸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사기업의 손실 비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계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진용옥 한국방통학회 회장은 “라우터만 더 설치하면 된다는 후보들의 생각은 기본 인프라인 백본망 운영 유지· 보수에 대한 비용 등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돈으로 공짜 무선인터넷을 쓰자는 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동인·이성현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