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기업은행 황만성 IT본부장 인터뷰

 “IT의 저평가는 찾아가는 IT로 해결해야”

 올 1월 기업은행의 새 IT수장이 된 황만성 IT본부장(부행장)은 지난 36년간 전형적인 은행맨이었다. 주로 영업현장에 있었으며 양산기업금융지점장, 총무부장, 경인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런 현업 출신 CIO들은 IT부서를 담당하면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황 본부장은 새로운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반색했다. IT도 결국엔 은행 업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에서 IT지원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황 본부장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T가 수동적인 자세를 벗고 먼저 찾아가 현업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의 정의와 개발 요청이 제각각이어서 정작 개발 후 산출물들이 현업이 요구한 것과 동떨어지는 결과가 생깁니다. 개발 요청의 정형화된 양식이 있었으면 합니다.”

 “영업점 직원들의 PC 사용 능력을 높이고 기초적인 PC 관리를 위해 영업점 내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IT리더를 선발하면 어떨까요? 이 사람들이 영업점 내 PC 사용 문의나 장애에 대해 간단한 조치를 취하게끔 하고, IT 본부와 의사소통의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센터 내 복도에 음악이 나오면 업무 환경이 좀 더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 RFID 태그를 부착해 출입 시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함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기업은행 IT본부 그룹웨어 내의 ‘IT광장’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들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월부터 IT본부 직원들이 IT 관련 아이디어나 IT 외의 내용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IT혁신 엔진’이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황만성 IT본부장이 CIO를 맡으면서 추진한 첫 업무다. 황 본부장은 IT든 아니든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 현실화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여긴다. 그 첫 걸음을 IT혁신 제도로 시작했다.

 황 본부장이 부임한 직후 시행된 이 제도는 2개월 채 안돼 130여건의 제안이 올라오는 등 직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IT 제안 제도 활성화를 통해 황 본부장이 이루고자 한 것은 IT 직원들의 수동적인 자세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 동안 IT가 은행 업무를 선도하지 못하고 지원하는 역할에만 그쳤던 이유를 적극성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게 황 본부장의 생각이다.

 황 본부장은 “생각과 행동 모두 발 빠르게 변해야 한다”며 “IT부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 은행 업무를 선도해나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IT혁신 엔진 제도는 이런 모습을 탈피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적극성을 함양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설명이다.

 ◇IT 제안 활성화 통해 적극성 강화=IT혁신 엔진 제도를 통해 기업은행 IT본부 직원들은 누구나 거리낌 없이 다양한 사안들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의견이 채택되면 지식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인사고과 시 가산점을 받거나 포상, 교육 기회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지금까지 올라온 의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발 요청의 정형화이다. 지금까지는 업무 정의와 개발 요청이 달라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 원하던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 제안을 통해 현재는 정형화된 양식을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한 가지는 영업점 직원들의 PC 사용 능력 향상을 위해 각 영업점에서 IT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IT 리더를 선발하자는 의견이었다. 영업점 IT 리더들은 현재 간단한 PC 수리 등의 응급조치를 취해주고 IT본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업점 내 RM(Relationtion Management)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황 본부장은 “적극성을 키우는 동시에 IT본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라고 말했다. IT 직원들이 밤을 새워 일하는 숨은 노력만 있었지, 정작 그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황 본부장 역시 IT본부에 합류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IT조직의 노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수다. 전화가 와야 응대하던 것에서 벗어나 먼저 지점을 방문해 현업의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묻고 파악하도록 바꿨다. IT본부 직원들은 4월 한달간 39개 지점을 방문하며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5월에도 40여 지점을 대상으로 동일한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황 본부장은 “기업은행의 선진적 대출 상품이나 통합금리 상품 등은 IT가 발빠르게 지원하지 않았다면 경쟁사보다 앞서 출시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의 통합금리 상품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독특한 상품이다. 기업은행은 정기예금도 금리를 5단계로 나누어 제공하는 상품을 제공 중인데 이 또한 IT의 신속한 지원으로 가능했다.

 기업은행이 타행보다 빠른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대응에 시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IT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IT가 제공하는 가치와 직원들의 노력이 적절하게 홍보돼야만 IT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황 본부장의 설명이다.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IT=황 본부장은 오랜 현업 경험을 IT와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현업 출신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IT 지식은 부족할 수 있지만 그간의 현업 경험을 살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는, IT의 세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IT 품질평가는 결국 사용자가 합니다. 일반 고객들과 내부 현업 직원들이 신속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요.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응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그들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IT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간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업은행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유형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 재구축을 진행 중이다. 또한 올해는 탄소배출량 관리시스템 체계를 구축하며 모바일과 무선인터넷 기술발전에 대응하는 다양한 활동이 예정돼 있다. 유무선 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등 침해사고에 대응하고 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올해 IT본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황 본부장은 “현재 은행권은 M&A를 통한 대형화,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어 IT 역시 조만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며 모바일 서비스의 발달로 총성없는 마케팅 전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IT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정된 시스템 운영, 정보보안, 마케팅과 IT의 융합 지원, 영업점의 효과적 지원 등을 통해 한 걸음 더 앞서 나가는 은행이 되게끔 일조한다”는 게 황 본부장의 생각이다.

 황 본부장은 요즘 은행 내 IT용어순화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연말이 되면 쉽게 IT 용어를 찾아볼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IT 용어 사전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며 소소한 소망을 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